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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에드만

 

일에 매몰된 딸과 장난스러운 아버지가 충돌과 화해를 거치며 서로의 삶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에드만

장르 : 드라마

감독 : 마린 아데

주연 : 신드라 휠러, 페데르 시모니슈에크

개봉 : 2017녀나, 독일

2. 줄거리

늦은 오후, 독일 교외의 한 평범한 집. 노년에 접어든 빈프리트는 개구진 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택배원에게 허세 섞인 말을 던지며 가짜 딸을 소개하고, 인생을 우스꽝스럽게 포장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집에 홀로 돌아온 그의 얼굴은 텅 비어 있다. 반려견조차 이제 곁에 없다. 집 안의 적막이 그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는 전처와의 대화에서 딸 이네스를 떠올린다. 성공한 컨설턴트로 해외에서 바쁘게 살고 있는 딸.

그러나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언제부턴가 표면적 인사에 그치고 있었다.

 

빈프리트는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탄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기업의 인수합병 프로젝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네스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이네스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정장 차림에 시선을 곧게 세운 채 완벽한 프로페셔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회의실에서 고객 앞에 서 있을 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차갑고 단단한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단정한 미소 뒤에는 끊임없이 압박에 시달리는 그림자가 스며 있다.

상사와의 미묘한 경쟁, 프로젝트의 성패에 따른 불안, 그리고 자신이 정말 올바른 길 위에 있는가 하는 질문.

 

그때 갑작스레 나타난 아버지.

낡은 셔츠에 무겁고 느린 몸짓, 유머와 엉뚱함으로 무장한 빈프리트는 딸의 세계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네스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를 맞이하지만, 곧 그가 회의 자리를 어지럽히고, 클럽에서 젊은이들과 섞여버리며, 사업가들과의 대화에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지자 불편해진다.

그녀의 단정히 정돈된 세계에 아버지는 어울리지 않는 노이즈처럼 침투한다.

 

그러나 빈프리트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딸에게 묻는다.

넌 행복하니?”

이 단순한 물음은 이네스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녀는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답을 피해 간다.. 하지만 빈프리트는 속내를 꿰뚫고 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가면을 쓴다. 이빨이 잔뜩 들어간 가짜 치아, 정체 모를 가발, 허풍 섞인 명함.

그렇게 탄생한 인물이 바로 토니 에드만이다.

 

토니 에드만은 루마니아 고위층과 기업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등장해 자신을 대단한 컨설턴트이자 외교관이라고 소개한다. 이네스는 창피함에 얼굴을 감추고 싶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집요한 끈질김 앞에 무너져 간다.

아버지는 토니라는 가면 뒤에서 딸의 삶을 간섭한다.

부자들을 풍자하는 농담을 던지고, 그녀가 억눌러 온 웃음을 끌어내려한다..

 

이네스는 점점 혼란에 빠진다.

직장에서의 자존심, 아버지와의 갈등,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뒤섞인다.

아버지는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마주하도록 밀어붙인다.

둘 사이에는 날 선 대립이 이어지지만, 동시에 묘한 해방감이 스며든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이네스의 생일 파티.

그녀는 손님들을 맞이하려다 갑작스럽게 아무런 장식도 없는 상태에서 옷을 벗어버린다.

나체로 손님들을 맞으며, 사회적 규칙과 가식적인 격식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손님들은 당황하지만, 이네스의 얼굴에는 오래 억눌러왔던 긴장감이 풀리는 듯한 기묘한 해방감이 깃든다.

 

그 순간 아버지가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커다란 털옷 인형 같은 카쿠치(불가리아 전통 탈)의 모습으로, 어리석고 무겁고 그러나 보호하듯 그녀 곁에 선다.

딸은 처음에는 불편해하지만, 결국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 속에서 아버지의 진심을 느낀다.

세상의 시선이 아니라 오직 서로를 바라보며 안기는 장면에서, 둘은 그간의 간극을 조금씩 메운다.

 

이후 아버지는 독일로 돌아가고, 이네스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예전과 달라져 있다.

짧은 재회 속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묻는다.

넌 행복하니?”

이번엔 이네스가 잠시 멈춰 선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전과 다른 성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버지의 우스꽝스럽지만 진심 어린 개입은,

그녀의 삶을 바꿔놓을 씨앗을 남긴 것이다.

 

 

 

 

3. 특징

◐ 장르적 혼종성

코미디와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결합된 작품이다. 우스꽝스러운 장난과 상황극이 끊임없이 펼쳐지지만, 그 속에는 부녀 관계의 거리감과 현대인의 삶의 공허함이 숨어 있다. 웃음 뒤에 울음을 감추고 있는 영화다.

◐  리얼리즘적 연출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음악적 장치 없이, 현실의 순간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대화는 느슨하게 이어지고, 침묵이 길게 흐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관객은 마치 실제 인물들을 훔쳐보는 듯한 몰입감을 얻는다.

◐  부녀 관계의 핵심

영화는 일 중심의 세계에서, 감정과 인간적인 유대가 어떻게 소외되는지를 이네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아버지의  엉뚱한 개입을 통해 그것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음을 그린다. 결국 핵심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  긴 러닝타임 속의 체험

16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어느 순간 인물들과 일상을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체험을 한다.

장광설 같은 대화, 사소한 몸짓, 불편한 침묵 모두가 영화의 일부다.

◐  탈가면과 해방의 상징

가짜 치아, 가발, 카쿠치 의상은 모두 가면의 상징이다.

아버지는 가면을 통해 진심을 드러내고, 딸은 옷을 벗어던짐으로써 사회적 가면을 벗는다.

영화는 가면을 쓴 자들이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감상문 

영화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다.

장광설처럼 이어지는 일상적 대화와 엉뚱한 아버지의 행동이, 평범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우스꽝스러움 뒤에 깃든 외로움과 진심이 보이기 시작한다.

빈프리트는 한없이 철없는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딸이 과연 행복한가라는 집요한 질문이 숨어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방식으로, 곧 우스꽝스러운 장난으로, 딸의 마음을 흔든다.

반대로 이네스는 세련되고 단정하며 남들이 부러워할 경력을 쌓고 있지만, 그 속은 비어 있다.

그녀의 세계는 회의실과 파워포인트, 상사의 지시와 클라이언트의 요구로만 가득 차 있다.

영화는 이 대비를 통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공허함을 보여준다.

 

마음에 남는 장면은 역시 이네스의 나체 파티다.

단순히 충격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라, 삶을 억누르던 규칙과 틀을 깨려는 몸부림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순간 털옷을 뒤집어쓴 아버지가 등장한다. 어리석고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든든한 존재.

딸을 감싸는 그의 모습은, 세상 그 어떤 성공보다도 귀한 인간적 관계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행복하니?”

라는 단순한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한다.

 

자본과 성취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무장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웃음, 진심, 인간적인 유대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바쁘고 치열한 일상 속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잊는다.

아버지의 방식은 불편하고 때로는 민망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삶의 본질이 드러난다.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눈물이 맺히고, 어색한 침묵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너는 지금 행복한가?

네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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