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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버려지고 학대받는 한 아이와자신 역시 버려진 채 살아왔던 한 여자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미쓰백

장르 : 드라마

감독 : 이 지 원

주연 :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개봉 : 2018년, 대한민국

2. 줄거리

거리는 겨울의 차가움으로 젖어 있었다.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차디찬 공기 속에 떠다니는 습기는 모든 것을 눌러놓은 듯 무거웠다.

그 가운데, 오래된 차 한 대가 기름 냄새와 함께 밤거리를 천천히 기어간다. 차 안에는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여자가 있다. 백상아. 

사람들은 그녀를 “미쓰백”이라 부른다. 바깥세상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눈빛에, 몸짓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세상은 그를 미워했고, 그는 세상보다 먼저 자신을 미워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한밤, 허름한 골목길을 지나던 상아는 낯선 기척을 느낀다.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작은 소녀 하나.

뼈만 앙상하게 남은 듯한 몸에 얇디얇은 옷을 걸친 채, 찬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소녀의 이름은 지은이다.

아직 초등학교도 다 다니지 못한 나이에, 얼굴에는 삶의 무게가 가득 얹혀 있다.

아이답게 울지도 못한 채, 그저 얼어붙은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상아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본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과거의 자신,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채 세상에 내던져진 그 시절의 그림자가 아이 안에서 겹쳐 보인다.

처음엔 모른 척하려 했다. 남의 불행에 휘말리면 더 큰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하지만 아이의 몸에서 나는 냄새, 긁힌 피부, 멍든 자국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말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술과 남자에 중독된 채 아이를 물건처럼 취급한다.

지은의 작은 방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곰팡이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거기서 지은은 동물처럼 버려져 살고 있었다.

 

상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이를 자꾸 눈여겨보게 된다.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워 물며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문득문득 지은의 눈빛이 떠올라 가슴이 조여 온다..

아이의 눈에는 울음도, 기대도, 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생존만이 깔려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상아가 이미 알고 있던 절망의 방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곁에 머무르게 된다. 상아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추운 밤엔 담요를 덮어준다.

그러나 자신이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 보호자가 될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에 더 괴롭다.

세상은 아이를 위한 제도가 있다고 말하지만, 상아는 잘 안다.

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그 빈틈 속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스러져 가는지를.

 

아이의 엄마는 상아를 향해 적대심을 품는다.

네가 뭔데 우리 애를 챙기냐며 고함을 치고, 아이에게 손찌검을 서슴지 않는다.

그 옆에서 아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맞는 게 일상이고, 고통은 이미 몸에 익은 옷처럼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큰 비명을 만들어냈다. 상아는 참을 수가 없어진다.

자신이 버림받던 순간,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았던 기억이 지독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민 끝에 지은을 데리고 나오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간단히 허락하지 않는다.

경찰은 엄마가 있는데 왜 애를 데리고 나왔냐며 상아를 범죄자 취급하고, 법은 부모라는 이름만으로 학대자를 보호한다.

아이를 때리고 굶기는 사람이 법적 보호자라는 아이러니. 상아는 분노와 무력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지은을 구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다시 죽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가운 밤거리를 달리며 상아는 아이의 손을 꼭 붙잡는다. 지은은 무표정 속에서 서서히 작은 빛을 드러낸다.

처음으로 밥을 배불리 먹고, 따뜻한 불빛 아래서 잠드는 순간, 아이의 얼굴에서 굳게 닫혔던 표정이 조금은 풀린다.

그것은 상아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 누군가를 통해 자신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은의 엄마와 그녀의 연인은 아이를 되찾겠다며 난폭하게 달려든다.

상아는 온몸으로 맞서 싸운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지고, 욕설과 폭력이 오가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손을 놓지 않는다.

아이는 이제 상아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가지 마.”

그것은 상아의 심장을 관통하는 단 한마디였다.

 

마침내 경찰과 기관이 다시 개입하고, 아이는 보호 시설로 보내질 운명을 맞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상아가 있었다. 아이를 끝까지 지켜보려는 사람, 그를 위해 싸우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아 역시 스스로의 상처를 마주한다.

그녀가 지은을 구한 것이 아니라, 지은이 그녀를 구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차창 밖으로 비치는 겨울 햇살은 서늘하지만 분명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상아와 지은이 함께 서 있는 그 순간,

그것은 완전한 구원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분명 희망의 문턱이었다.

 

아이는 더 이상 홀로 버려진 그림자가 아니었고,

상아는 더 이상 “미쓰백”이라 불리며 세상으로부터 밀려난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3. 특징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용기

〈미쓰백〉은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잔인할 만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아이가 맞고, 버려지고, 굶주리는 장면은 불필요한 장식이나 과장이 없다.

담담한 카메라의 시선은 오히려 관객의 가슴을 더 세게 파고든다.

◐  여성 서사의 강렬한 중심

주인공 상아는 세상에 의해 낙인찍히고 상처 입은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피해자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인 아이를 구하는 주체로 나선다.

영화는 남성 중심적 구조에서 벗어나, 여성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놓는다.

◐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구원의 미학

영화의 색감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갑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작은 불빛, 작은 온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것은 곧 상아와 지은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며,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다움이다

 

 

4. 감상문

〈미쓰백〉을 보는 경험은 차갑고 서늘한 겨울밤에 맨발로 내던져진 듯한 충격이었다.

화면 속 아이의 멍든 피부와 텅 빈 눈빛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법한 현실의 고발처럼 다가왔다. 그 순간 관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되지 못한다.

눈을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 없는,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고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영화가 위대한 지점은 그저 잔혹한 현실만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아와 지은, 서로 상처받은 두 존재가 만나며 만들어내는 작은 온기. 그것은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촛불과 같다. 그 촛불 하나가 어둠 전체를 몰아내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빛이 된다.

 

특히 상아의 눈빛에 오래 머물렀다. 세상이 그녀를 문제적 여자’, ‘낙오자라 불렀지만, 실상 그녀는 그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었다. 아이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는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구원하려는 몸부림이자,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었다.

그래서 상아가 지은을 끌어안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한 아이의 구원이 아니라, 상아 자신의 재탄생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치는 겨울 햇살은 인상 깊다.

여전히 세상은 차갑고, 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그 빛은 분명 따뜻하다.

 

그것은 상아와 지은이 만들어낸 새로운 온기,

사람이 서로를 통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징표다.

 

우리는 그 아이를 보았는가?

우리는 상아 같은 어른이 될 수 있는가?

 

가슴에 남아 맴도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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