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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사고를 은폐한 형사가 집요한 추격 속에서 끝까지 몰리며 인간의 나약함과 본능적 욕망을 드러내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끝까지 간다

장르 : 범죄

감독 : 김 성 훈

주연 : 이선균, 조진웅

개봉 : 2014년, 대한민국

2. 줄거리

비 내리는 밤, 장례식장의 공기는 눅눅하고 무겁다.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경찰 형사 고건수(이선균 )는 힘없이 서 있다.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사건 처리와 장례 준비에 치여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그렇듯, 사적인 슬픔조차 제대로 마주할 틈이 없었다.

동료들이 조문을 오고, 형식적인 위로가 오간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미 지쳐버린 듯 멍하다.

 

그날 밤,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건수는 차를 몰고 어두운 도로를 달린다. 비가 흩날리고, 도로 위 가로등은 희미하다.

갑자기 그의 눈앞으로 사람이 튀어나온다. 브레이크를 밟을 겨를도 없이, 둔탁한 충격음이 차 안을 울린다.

그는 그대로 멈춰 서서 숨을 몰아쉰다. 차 앞에는 이미 움직이지 않는 한 남자의 시체가 누워 있다.

순간, 그의 머릿속은 하얘진다. 형사인 자신이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

그것이 들키는 순간,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공포가 그를 덮친다.

 

비는 더 거세지고, 차창에 부딪히는 빗물은 그의 숨을 조여 온다.

그는 갈등 끝에 시신을 차에 실어 장례식장으로 돌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은폐하기 좋은 장소는 지금 자신이 주인공인 어머니의 장례식장.

곡소리가 가득한 빈소 한쪽에서 그는 차가운 시신을 관 안에 밀어 넣는다.

어머니의 영정 앞, 가족과 손님이 있는 그 자리에, 그는 또 다른 죽음을 숨겨버린 것이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경찰 내부에서는 비리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건수는 이미 부패한 상관 밑에서 곤란한 입장에 놓여 있었고, 이번 사고가 드러나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흔적을 지우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는 순간, 낯선 전화가 걸려온다.

재밌는 거 봤습니다, 형사님.”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창민(조진웅).

그는 건수가 사고를 내고 시신을 숨기는 전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다.

 

창민은 경찰 내부 감찰팀 소속으로, 치밀하고 냉혹한 인물이다. 그는 건수를 협박하며 거래를 제안한다.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네 인생은 끝이야.”

그때부터 건수의 삶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는 경찰이면서 동시에 범죄자가 되었고, 동료에게조차 들킬까 두려워 눈빛 하나에도 흔들린다.

창민은 은밀히 건수를 조여 오고, 건수는 발악하듯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

숨 막히는 추격전은 어둡고 비좁은 골목, 지하 주차장, 황량한 창고에서 이어진다.

 

영화는 이들의 대결을 거울처럼 겹쳐 보여준다.

건수는 어쩔 수 없는 우발적 범죄자이고, 창민은 법을 무기로 삼는 계획된 악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닮았다.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덕을 버렸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희생시킨다.

특히 압권은 장례식장 관 속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순간이다.

경찰 동료들이 몰려든 가운데, 뚜껑이 열리자 드러나는 낯선 남자의 시체.

모두가 충격에 빠진 순간, 건수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진다.

그 장면은 마치 숨겨둔 죄가 결국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심판 같았다.

 

그러나 건수는 끝까지 발버둥 친다.

창민과의 목숨 건 대립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마침내 총성과 폭발 속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다.

건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창민은 그 끝없는 탐욕의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건수의 승리는 달콤하지 않다.

그는 살았지만, 이미 자신의 영혼을 잃은 채였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그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그는 차를 몰고 다시 도로 위를 달린다.

빗줄기는 여전히 굵고,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예전과 달랐다. 죄책감과 두려움,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씁쓸한 안도감이 뒤엉켜 있었다.

 

영화는 묻는다.

끝까지 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실을 숨기는 일일까?

아니면 끝내 맞닥뜨리는 용기일까?

 

 

 

 

3. 특징 

◐ 압축적이고 긴장감 있는 서사

영화는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숨 돌릴 틈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은 군더더기 없이 압축되어 있으며, 관객을 끌어당기는 리듬을 잃지 않는다.

◐ 현실적인 인물 묘사

주인공 도영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라, 결점 많고 두려움에 흔들리는 보통 인간이다.

그가 보여주는 공포, 조급함, 발악은 현실적이어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 블랙코미디적 요소

극한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우연과 아이러니가 블랙코미디적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시체 은닉 장면 등은 긴장과 웃음이 기묘하게 교차한다.

◐ 장르적 완성도

스릴러와 범죄극, 블랙코미디가 절묘하게 섞여 있으며, 한국 영화 특유의 사회적 맥락(부패한 권력, 무너진 경찰 조직)을 함께 담아낸다.

◐ 압도적인 연기

이선균은 나약하고 불안한 형사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조진웅은 압박자이자 조롱자 같은 존재로서 무게감을 더한다.

두 배우의 대립은 영화의 중심축이다.

 

 

4. 감상문 

끝까지 간다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사건의 파편들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이었다.

강도영의 얼굴은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기어코 살아남으려는 욕망이 뒤엉켜 있었다.

형사라는 직업은 그를 정의의 편에 서야 할 사람으로 만들어놓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법과 도덕이 아니라 두려움과 본능에 의해 움직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숨기고 있던 인간의 본능적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은 인간 심리의 스펙트럼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죄책감과 공포가 한 인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그가 어디까지 거짓과 은폐를 밀고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무엇을 잃는지를 보여준다. 장례식장의 어두운 지하에서 관 속에 시체를 넣는 장면은, 단순히 충격적인 사건을 넘어 도영의 영혼이 갇혀버리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그 안에 들어간 것은 단지 한 시체가 아니라, 그의 양심과 인간성일지도 모른다.

 

관객은 도영이 숨기려는 노력에 조마조마하며 몰입하지만, 동시에 그 상황이 너무나도 불합리하고 기묘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어두운 블랙코미디가 스릴러의 긴장감을 잠시 풀어내면서도, 결국 다시 더 깊은 늪으로 끌고 간다

 

이 영화는 정의로운 인간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강도영은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었다.

그는 단순히 불운한 사고와 잘못된 선택으로 추락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선택은 연속적인 거짓과 범죄를 낳고,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몰아넣는다.

관객은 그를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어쩐지 이해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의 모습처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인간 본성의 어두운 그림자를 응시하게 한다.

도덕의 끝일 수도, 

양심의 끝일 수도, 

혹은 인간 존재 자체의 끝일 수도 ..

 

“나였다면, 어디까지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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