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남자가 사랑할 때

 

서툴고 투박한 중년 남자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며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비극적이고도 따뜻한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남자가 사랑할 때

장르 : 드라마

감독 : 한 동 욱

주연 : 황정민, 한혜진

개봉 : 2014년, 대한민국

2. 줄거리

한적한 군산의 항구. 겨울바람이 스쳐 가는 골목을, 두툼한 점퍼에 어깨를 움츠린 사내가 걸어간다.

이름은 *태일*.

돈 좀 빌려주고, 갚지 않으면 좀 찾아가는, 그러나 폭력 배라기엔 어딘가 어설프고, 의리와 정에 얽혀 사는 남자다.

 

그는 동생 집에 얹혀살고, 매번 , 제발 좀 제대로 살아보라니까하는 동생의 잔소리를 흘려듣는다.

술과 닭발, 동네 바다냄새가 그의 하루를 채우고, 가끔은 스스로도 이러고 평생 사나.. 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나이는 어느덧 마흔다섯.

삶에서 설렘이란 단어는 오래전에 지워진 남자였다.

 

어느 날, 빚을 못 갚은 남자의 집을 찾아갔다가 태일은 *호정*을 처음 본다.

아버지지의 병원비 때문에 악착같이 하루하루 버티는 그녀는 차갑고 단단했다.

태일은 서류를 건네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빚은 갚으셔야죠.”

그러나 말끝엔 묘하게 흔들림이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겉은 단단하지만, 눈빛에는 어쩌지 못한 외로움과 상처가 감도는 여자.

태일은 이런 감정을 느낀 게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태일은 자꾸만 호정이 떠오른다.

술잔을 들어도, 길을 걸어도, 동생 아이가 장난을 쳐도.

그녀의 말투, 표정, 차가운 듯한 숨소리가 자꾸 귓가를 건드린다.

 

다음날, 태일은 아무 일도 아닌 듯 병원에 간다.

차를 마시고 싶어서 왔다느니, 근처에 볼일이 있었다느니 뻔한 핑계를 늘어놓는다.

호정은 냉담하게 쳐다보며 단칼에 말한다.

이러지 마세요. 빚은 제가 갚을게요.”

 

그러나 태일은 돌아서면서도 웃는다.

, 갚으려고만 하지 말고.. 좀 웃어요. 사람 사는 거 뭐 다 비슷한데.”

 

그의 말은 허술하지만, 거짓이 없다.

호정은 차마 무시하지 못하는 묘한 진심을 느낀다.

태일은 그녀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바닷가를 같이 걷자고 하고,

외롭다가도 강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이끌린다.

 

그는 한 번도 제대로 누구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그런 태일이 서툰 방식으로 마음을 건넨다. 쿨하지도 않고, 멋도 없고, 계획도 없다.

그저 좋아서”, “보고 싶어서움직인다.

 

그러던 어느 밤, 그는 호정의 아버지가 중병이며 혼자 그녀가 간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태일은 조용히 병실 밖에서 앉아 있다가 그녀의 눈이 퉁퉁 부은 얼굴을 보며 말한다.

 

".. 힘들면 말해요. 같이 좀 버텨보자고.”

그 말은 어설프지만,

그녀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데 충분한 온기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태일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날 이후 둘 사이에 작은 온기가 생긴다.

하지만 호정은 자주 혼란스러워한다.

이 남자를 믿어도 되는 걸까?’

내가 이 사람에게 기댈 수 있을까?’

 

그녀에게 태일은 다정하고 진실하지만, 동시에 거친 세상에서 사는 위험한 사람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게 두렵고, 그래서 자꾸 선을 긋고 밀어낸다.

 

호정과 가까워질수록 태일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어진다.

어릴 때부터 난폭한 삶을 살았고, 욕도 많고, 사기도 잘 당하고, 제대로 된 직업 하나 없는 전과자 같은 인생이었지만,

그녀 앞에서는 조심스러워지고, 예의를 배우고, 옷도 다려 입는다..

 

동생은 그에게 말한다.

형이 사람 하나 잘 만났네. 달라지려고 하는 거, 처음 본다.”

그러나 세상은 둘의 온기를 오래 지켜봐 주지 않는다.

 

호정의 아버지는 병세가 악화되고, 그녀의 삶은 무너져 내린다.

그 와중에 태일은 돈을 구해보려고 위험한 일에 다시 손을 댄다.

하지만 그 선택이 오히려 호정에게 상처를 준다.

 

나한테 마음 준 거 고마운데..  그 마음 때문에 내가 더 힘들어지면..

그게 사랑인가요?”

 

그녀의 눈물은 태일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거칠게 살아온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벽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그 진심도 때로는 무겁고 아팠다.

 

호정과 멀어진 뒤, 태일은 다시 예전의 세계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자꾸만 솟아오른다.

 

그는 마지막으로 호정을 위해 큰돈을 만들려고 위험한 일을 저지른다.

자신에게 필요한 돈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태일은 누군가에게 쫓기며 달린다.

그의 숨은 거칠고, 눈빛은 흔들리지만, 후회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마음 하나로 그는 무모한 행동을 멈추지 않지만,

결국 그는 벼랑 끝에 몰린다.

 

어느 새벽, 태일은 병원 앞에 서서 호정을 바라본다.

그녀는 아버지를 잃은 뒤 지쳐 있었지만 아직도 그 눈에는 희미한 빛이 남아 있었다.

 

태일은 멀리서 그녀를 본 뒤 마지막으로 한 번 미소 짓는다.

아무런 말도 던지지 못한 채.

 

그리고 그는 자신을 쫓는 이들의 손에 넘어가며,

삶의 끝자락으로 사라져 간다..

 

그가 남긴 것은

잘나지 못한 남자의 서툰 사랑,

누군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넨 진심이었다.

 

호정은 그의 부재를 뒤늦게 알고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그가 남긴 작은 흔적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말은 바람처럼 흩어져,

관객의 마음에  남는다.

 

3. 특징

◐ 서툴고 투박한 사랑의 리얼리즘

이 영화의 사랑은 미화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로맨스처럼 달콤하지도, 운명적이지도 않다.

거칠게 살아온 남자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얼마나 어설프고, 서툴고, 때로는 고집스럽게 굴 수 있는지를

현실적 감정선으로 그린다.

◐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다룬 드라마

태일의 변화는 영화의 중심이다.

무기력한 삶을 살아온 남자가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자신을 가다듬고, 세상과 화해하려 애쓰는 모습은

멜로이자 인물 성장 드라마로서 깊은 힘이 있다.

◐ ‘유머+슬픔’의 절묘한 균형

웃기지만 울컥하고, 서툴지만 따뜻하며, 겉으로는 어두운 세계이지만 그 안에 진심이 반짝인다.

한국식 정서, 투박함 속의 깊은 정이 잘 살아있다.

◐ 지방 도시의 공기와 생활감

군산이라는 도시의 한기, 골목 냄새, 중년 남자들의 삶의 무게감이 배경의 질감으로 묻어난다.

현실성과 감정이 함께 굴러가는 분위기가 영화의 힘이다.

◐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의 드라마

태일이 원하는 것은 대가가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주고 싶어 하는 남자의 이야기.

영화는 사랑의 성숙함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에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4. 감상문

영화가 건드리는 감정은 화려한 사랑이 아니라, 삶의 끝자락에서 가까스로 움켜쥔 사랑이다.

 

태일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웃음도, 거친 말투도, 곁을 내어주지 않는 몸짓도 마치 세상에게 계속 얻어맞아 오며 몸에 생긴 오래된 흔적들 같다.

그런 태일이 호정을 만나 사랑을 느끼는 장면들은 정말 서툴고 어색하고 때로는 답답할 정도인데,

바로 그 서툼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아름다움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이 넘쳐흘러서가 아니라,

그 사람 곁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 영화는 바로 그 순간을 아주 섬세하게 포착한다.

태일이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셔츠를 다려 입고.. 병원에 찾아가 괜히 빙긋 웃는 장면들은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순수하고 절절하다.

 

하지만 호정의 슬픔과 현실은, 태일의 순진한 진심을 무작정 받아들일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끝없이 무너지는 삶 속에서, 태일의 사랑은 때로는 위로였고, 때로는 부담이었고,

가끔은 도망치고 싶은 그림자이기도 했다.

 

영화가 슬픈 이유는,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태일은 처음으로 사랑을 배워가는 남자이고, 호정은 이미 사랑 때문에 너무 많이 다친 여자다.

그래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듯해도 그들의 마음은 자꾸 엇갈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태일이 감당하는 감정의 무게는 더 커진다.

그가 위험한 일에 다시 손을 댄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괜찮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게 하고 싶어서다.

그 선택이 오히려 비극을 불러오는 건 영화가 너무도 현실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일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쓸쓸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을 선택한다.

 

호정은 뒤늦게 그의 진심을 알아채지만, 이미 손 닿지 않는 거리에 서 있다.

그 둘 사이를 가르는 것은 사랑의 부족함이 아니라

삶이 만들어놓은 깊은 골짜기다.

 

영화는 사랑이 반드시 함께 머물러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떤 사랑은 함께하지 못해도,

그 마음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남길 수 있다.

 

태일은 그런 사랑을 보여준다.

투박했고, 서툴렀고, 때로는 실수투성이였지만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은 끝내 진짜였다.

 

그리고 그 진짜 마음이 관객에게 오래 남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그토록 절절했던 순간을

한 번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 ◐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