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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매가 하나뿐인 신발을 나누어 신으며 삶의 무게를 견디고작지만 숭고한 사랑과 희망을 보여주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천국의 아이들

장르 : 드라마

감독 : 마지드 마지디

주연 : 레자 나지 , 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바하레 세디키

개봉 : 2001년, 이란

2. 줄거리

어두운 골목길을 뛰어가는 소년의 발걸음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열한 살 남짓의 알리.

그는 손에 작은 봉지를 꼭 움켜쥐고 있다. 봉지 안에는 동생 자흐라의 유일한 신발, 수선된 분홍색 운동화 한 켤레가 들어 있다.

낡았지만 아직은 쓸 만한 신발, 학교에 갈 때마다 자흐라가 소중히 신고 다니는 보물이자 자존심 같은 존재다.

알리는 그 신발을 수선소에서 받아 들고 집으로 가던 중, 좁고 복잡한 골목 한켠에 들러 채소를 사려한다..

잠시 봉지를 내려놓은 순간, 주변을 맴돌던 폐지 줍는 노인이 그것을 쓰레기 봉지로 착각해 가져가 버린다.

허겁지겁 뒤쫓아가지만 끝내 찾지 못하는 알리의 얼굴엔 절망이 스친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아픈 몸을 이끌고 작은 방 안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버지는 집세도 밀려 겨우겨우 일을 구하러 다니지만 뚜렷한 수입이 없다. 가난은 이 집을 짓누르는 그림자처럼 언제나 곁에 있다. 알리는 자흐라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울먹이는 동생에게 그는 간절히 부탁한다.

아버지나 어머니께는 절대 말하지 말자. 혼나고 더 힘들어질 거야. 우리끼리 해결하자.” 결국 남매는 한 가지 묘안을 낸다.

자흐라가 오전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곧장 알리가 같은 신발을 신고 오후 수업에 뛰어가는 것이다.

신발은 하나지만 마음은 둘이서 나누어 쓰기로 한 것이다.

 

그날부터 매일 아침, 좁은 골목길에서 이루어지는 신발 교환 의식은 두 남매의 새로운 일과가 된다.

자흐라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전력질주해 달려온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얼굴로 알리를 기다린다.

신발을 건네받은 알리는 그대로 발에 끼우듯 신은 뒤, 늦을세라 거리를 달려간다. 바삐 뛰는 알리의 가슴에는 늘 불안이 가득하다.

종이 울리기 전에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면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기 때문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친구들의 시선, 선생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를 감싼다. 그러나 알리는 매일 견뎌낸다.

그 모든 것은 자흐라와 함께 지켜야 할 비밀이자 약속이기 때문이다.

 

자흐라는 신발을 잃어버린 뒤로 예민해졌다. 어느 날 급식 시간, 그녀는 친구의 발에서 자기 신발과 똑같은 운동화를 발견한다.

낡은 가죽에 새겨진 작은 흠집까지 자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소심한 자흐라는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 지켜본다.

집에 돌아와 알리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토로한다. 알리는 분노 하지만,, 결국 가난한 아이가 또 다른 가난한 아이의 손에서 신발을 빼앗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은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알리는 자전거 경주 대회 소식을 듣는다. 3등까지 하면 상으로 운동화를 준다는 광고문구. 알리의 눈빛이 반짝인다.

저 신발을 자흐라에게 꼭 선물해야겠다.” 그렇게 그는 몰래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훈련도 변변히 하지 못한 채, 낡은 운동화 한 켤레에 의지해 거리를 달린다. 대회 날, 수많은 아이들이 출발선에 서 있다.

알리의 심장은 요동친다. 심판의 신호와 함께 일제히 페달이 돌아간다.

자갈길, 언덕, 좁은 골목을 지나며 아이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알리의 얼굴엔 고통이 묻어나지만, 그의 눈에는 단 하나의 목표만이 선명하다. 자흐라의 신발.

 

마지막 구간, 알리는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다. 온몸이 땀에 젖고 다리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지만, 그는 끝까지 버틴다.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운명은 잔혹하다.

알리는 기적 같은 속도로 앞지르며 1등으로 골인해 버린다..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는 순간, 사람들의 환호가 그를 휘감는다.

하지만 알리의 얼굴은 환하지 않다.

1등 상은 운동화가 아니라 다른 상품이었고, 정작 자신이 원했던 3등의 자리에는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기쁨 속에서 홀로 좌절하는 알리의 뒷모습은 너무도 쓸쓸하다.

 

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알리.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물속에 발을 담근다.

그의 발은 상처투성이, 물결 속에서 작은 물고기처럼 피곤하게 흔들린다.

자흐라는 그 곁에 앉아 묵묵히 오빠를 바라본다.

신발을 얻지 못했지만, 그들의 비밀은 여전히 둘만의 약속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조용히 

깊은 울림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3. 특징

◐ 소박함 속의 보편성

영화는 대단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분실된 신발 하나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되지만, 그 신발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의 빈곤, 어린 남매의 책임감, 서로에 대한 헌신을 상징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결핍사랑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계

카메라는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

화려한 미장센이나 거대한 스케일 대신, 좁은 골목, 먼지 낀 운동장, 작은 방 안 같은 제한된 공간을 보여준다.

이 속에서 세상은 작아 보이지만 아이들의 감정은 오히려 무한히 확장된다.

◐  리얼리즘적 정서와 시적 이미지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아이들의 발, 낡은 신발끈을 묶는 작은 손, 더위에 지쳐 물에 담근 발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 동시에 시적 울림을 준다. 마지디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찍으면서도 그 안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길어 올린다.

◐  사회적 메시지와 휴머니즘

영화는 노골적으로 가난을 고발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신발을 둘러싼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 중심에는 인간의 선함과 가족애가 놓여 있다.

 

 

4. 감상문

낡은 신발 한 켤레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영화 속에서 신발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의 무게와 꿈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가난한 두 남매에게 그것은 학교에 갈 수 있는, 세상과 이어지는 다리다.

그 작은 신발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은 더 큰 세상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무게는 그들을 짓누르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단단히 묶어주는 끈이 된다.

 

알리와 자흐라가 골목길에서 숨을 몰아쉬며 신발을 주고받는 장면은 마치 비밀스러운 의식처럼 반복된다.

그 의식은 고단하지만 사랑으로 충만하다. 자흐라가 뛰어오는 발걸음, 알리가 숨을 고르며 달려가는 뒷모습은 마음에 새겨진다.

그 순간마다 단순한 아이의 발걸음이 아니라,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본다.

 

마지막 자전거 경주 장면에서 알리가 1등으로 들어왔을 때, 승리의 기쁨 대신 씁쓸한 좌절을 맛본다.

아이가 바란 것은 오직 운동화 3등 상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불공평하고, 노력의 대가는 늘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알리의 땀방울은 헛되지 않았다. 그것은 자흐라를 향한 오빠의 사랑을 증명하는 눈부신 증거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이의 발이 물속에서 흔들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고,

그 파동 속에는 슬픔과 동시에 조용한 희망이 번져 나간다.

 

마지디 감독은 삶을 그대로 보여주되,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따뜻함을 발견하게 한다.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위해 견디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보편적인 이야기다.

그것은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가슴 깊이 와닿는다.

 

이 영화를 보며 천국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천국은 화려한 궁전이나 풍요로운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픈 어머니 곁에서 바느질을 돕는 작은 손길이고,

하나뿐인 신발을 나누어 신는 남매의 마음이다.

그리고 끝내 원하는 신발을 얻지 못했지만

 

서로의 곁에 남아 있는 그 순간이 바로 천국일 것이다.

 

“가장 큰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함께하는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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