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평행이론

 

30년마다 되풀이되는 가문의 비극 뒤에 숨겨진 악의 실체를 파헤치는, 한 남자의 서스펜스 드라마. 

 

1. 영화 개요

제목 : 평행이론

장르 : 스릴러

감독 : 권 호 영

출연 : 지진희, 이종혁, 박병은, 윤세아, 오현경, 박근형 , 정한용

개봉 : 2010년, 대한민국

2. 줄거리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구급차의 붉은 불빛이 번지는 새벽. 석현은 이미 많은 사건을 겪어왔지만, 이번은 달랐다.

사건 기록을 넘기는 그의 눈길이 문득 멈춘다.

피해자의 사망 시간, 발견 장소, 살인 방식,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며칠 뒤, 법원 청사 근처 작은 식당에서 만난 기자 *이민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판사님..  이상하지 않으세요?

이 사건, 30년 전에 일어난 고석준 판사 사건과 너무 똑같아요.”

 

고석준. 30년 전 법원을 뒤흔들었던 비극의 주인공.

그는 정의로운 판사였지만, 어느 날 아내를 죽인 혐의를 받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는 인물이었다.

민지는 오래된 신문 스크랩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그 안에는 석준의 사진과 함께, 그의 아내가 무참히 살해된 장면이 담긴 기사들이 빽빽하다.

보세요. 사건 날짜, 피해자 연령, 발견 장소..

강성철이라는 용의자의 가족사까지. 너무 똑같아요. 마치..  복사한 것처럼.”

석현은 믿지 않았다. 혹은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맞아떨어졌다.

석현의 생일과 고석준의 생일이 같았고, 결혼한 나이도 같았다.

두 사람 모두 15년 경력의 촉망받던 판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더 심한 불길함은 그의 아내 *윤지희*와 딸 *하윤*에게까지 파고들었다.

 

어느 날 밤, 지희가 조용히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요얼굴이.. 무서워요.”

석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신문 속 고석준의 아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30년 전 그 여인은 남편에게 살해당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석현은 결국 고석준 사건의 기록을 전부 꺼내어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평행이론이라고 불리던 기이한 이야기.

30년 간격으로 같은 운명이 반복된다는 전설 같은 미신. 하지만 그건 실제로 고석준 집안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의 부친, 그 윗대, 그리고 그 위.. 판사 집안의 남자들은 똑같은 죄, 똑같은 시기, 똑같은 방식으로 파국을 맞았다.

그리고 지금, 그 패턴 속에 자신의 이름이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석현은 어느 순간부터 아내의 작은 행동 하나도 불길하게 느껴진다.

지희가 부엌에서 칼을 잡으면 심장이 움찔하고, 딸이 방에서 늦게까지 움직이면 혹시 누군가 침입한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그때, 용의자 강성철이 재판 중 돌연 진술을 바꾼다.

판사님당신도 곧 알게 될 거예요. 우린 같은 길을 가고 있어요.”

 

그 말은 석현의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렸다.

그리고 그날 밤, 집 근처 골목에 놓여 있던 오래된 사진 한 장.

사진 속 남자, 고석준. 그리고 그의 가족.

그 가족 구성의 모습이 지금 자신의 가족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석현은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공포를 인정하게 된다.

혹시..  나도 아내를 죽이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우리 가족을 죽이게 되는 걸까?*

아무리 합리적인 척해도, 두려움은 논리를 무너뜨렸다.

 

사건이 재판의 막바지에 들어서던 날, 석현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판사님, 지금 바로 집으로 가보세요. 아내분이 위험해요.”

목소리는 잡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들렸다. ‘위험하다는 말.

석현은 재판을 중단하고 집으로 향한다.

 

집은 조용했다.

그러나 거실 한가운데 놓인 깨진 꽃병, 그리고 피처럼 보이는 붉은 액체 자국이 석현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지희? 지희야!”

문을 열고 다급히 방들을 확인한다. 딸의 방에도, 부엌에도, 욕실에도 없다.

그러나 안방 문을 여는 순간, 지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옆에는 혈흔 같은 흔적. 손에는 깨진 유리 조각.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달려드는 그림자.

왜 이러는 거야!”

몸싸움이 벌어졌다.

석현은 겨우 상대를 밀쳐내고,  아내에게 돌아가 오열하고 있었다.

지희는 다행히 죽지 않았지만, 정신을 잃은 채 피투성이였다.

그 말을 들은 경찰은 익명의 신고가 있었다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날 밤, 석현은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30년 전과 비슷한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는 걸.

 

석현은 민지 기자와 함께 고석준 사건의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한 가지 소름 돋는 사실을 알게 된다.

30년 전, 고석준을 범인으로 몰아 죽음으로 내몬 진짜 배후가 있었다는 것.

그 배후는 지금의 사건 속에서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퍼즐을 끼웠을 때, 석현은 절망에 가까운 충격을 받는다.

배후는 바로..

강성철이 아닌, 고석준 사건의 진실을 숨기며 권력을 지켜온 거대한 세력.

그들은 지금도 석현의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가장 끔찍한 건, 그 세력이 지금 석현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는 사실이었다.

“30년 전 판사도 그랬어요. 선택을 했죠.

가족을 지킬지, 정의를 지킬지.”

 

재판 최후의 날.

법정 안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석현은 선고문을 읽기 위해 입을 떼려던 순간, 뒤쪽에서 갑자기 날아온 흉기가 그의 어깨를 깊게 찔렀다.

흉기를 들고 뛰어온 남자, 강성철.

 

경찰과 보안요원이 바로 그를 제압했지만, 강성철은 피를 뒤집어쓴 채 웃으며 외쳤다.

봐요! 역시 똑같아지잖아! 끝이에요, 판사님! 똑같이 가게 되어 있어!”

 

석현은 벽에 기대어 쓰러지면서도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뻗는다.

저 멀리, 눈물로 얼룩진 아내와 딸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 순간 석현은 어떤 깨달음이 스쳤다.

평행이론은 저주가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해서 되풀이해온 조작된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30년 전의 비극은 다시 한 번 같은 시점, 같은 장소, 같은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붉은 불빛과 함께 그의 시야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의 삶이 예정된 궤도를 따라 움직였던 것처럼.

 

3. 특징 

◐ '평행’이라는 미스터리를 현실적 장치로 끌어내린 구조

<평행이론>은 초자연적 설정처럼 보이는 ‘30년 주기의 반복을 미신이나 괴담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재현 시스템으로 폭로한다. 이상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라는 정교한 전환을 통해 , 미스터리, 스릴러임에도 현실 정치와 사회 시스템의 그림자가  겹쳐 보인다.

◐  인물의 공포를 논리 붕괴로 보여주는 심리 서스펜스

영화의 핵심은 김석현의 붕괴 과정이다. 초반의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사지만, 사건이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복제하는 듯 흐르면서 논리적 사고가 조금씩 흔들린다. 영화는 그의 눈빛 변화, 짧아지는 호흡, 주변 인물에 대한 의심, 미세한 표정 떨림 등으로 서서히 심리적 균열을 드러내며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든다.

◐  과거–현재를 연결하는 퍼즐식 구조와 미세한 단서의 축적

사건의 단서들은 영화 전체에 촘촘히 흩어져 있으며,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그것을 하나씩 맞춰간다.

날짜, 이름, 장소, 죽음의 양상, 등장 인물의 역할까지, 각 요소가 평행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퍼즐 조각이 된다.

영화 후반, ‘평행이 아니라 재현이라는 진실이 등장할 때의 충격은 이 퍼즐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  정의와 진실보다 강한 ‘반복되는 악의 의지’

권력과 시스템의 악의는 끔찍하게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의 의지는 구조적 악 앞에서 무력해지고, 그 함정에 빠진 남자의 파국을 통해 진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4. 감상문 

거울을 마주한 듯한 두 남자의 운명이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두고 똑같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처음엔 누구도 믿지 않았다.

특히나 법을 신뢰하고 합리와 논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엘리트 재판장 *김석현*에게는 더욱.

그러나 그의 평온하고 단단해 보이던 세계는 어느 새벽, 피 묻은 흉기로 살해된 특급 재벌가 상속녀의 시신, 그리고 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한 남자 *강성철*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떤 순간엔 영화 속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비극을 은유적으로 마주하는 것만 같다.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김석현의 얼굴은 단순한 주인공의 표정이 아니라, 진실 앞에서 흔들리고 무너지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의 두려움이 점점 깊어질수록, 관객의 마음 속에도 이름 모를 공포가 번져간다.

그것은 괴담의 공포가 아니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악에 닿았을 때 느끼는 공포이다.

 

영화는 평행이론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우지만, 실은 그 설정이 우리의 삶에서 이미 여러 형태로 반복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어떤 사건은 시간이 지나도 같은 형태로 되풀이되고, 구조적 모순은 세월의 주기를 타며 다시 되살아난다.

주인공이 혹시 나도 똑같은 길을 가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두려움에 빠지는 이유는, 그 공포가 허무맹랑한 전설이 아니라,

실패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진짜 끔찍함이기 때문이다.

 

‘30년 반복되는 운명이라는 설정은 사실상 ‘30년마다 반복되는 비극을 멈추지 않는 사회를 상징한다.

몇몇 사람들만이 진실에 접근하고, 더 큰 힘을 가진 누군가가 그것을 조용히 묻어버리는 시스템 속에서, 한 개인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구조. 이 무서운 순환이야말로 영화가 전하는 진짜 평행이론이다.

 

석현이 쓰러지는 순간은 운명의 저주에 굴복하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진실을 거의 손끝까지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밝힐 힘이 없는 인간의 한계를 비추기도 한다. 악은 거대한 집단이었고, 그들은 무한히 반복 가능한 평행을 되살릴 수 있었다.

석현은 단 한 번의 반격을 시도했지만, 구조는 거대한 벽처럼 다시 그를 삼켜버린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면서 어떨 때는 스스로가 매우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한 번의 충격적 사건만으로 모든 신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무너짐의 뒤편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의도와 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악은 특별한 저주가 아니라, 누군가가 끊지 않는 반복이다.”

 

 우리도 언제든지 또 다른 평행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 ◐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