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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받지 못한 자

 

과거를 버리고 살아가던 늙은 총잡이가 다시 총을 들고 복수에 나서지만결국 폭력과 회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

장르 : 서부극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진 핵크만, 모건 프리먼

개봉 : 1992년, 미국

 

2. 줄거리

황량한 평원이 붉은 석양에 물든다. 바람은 건조한 흙먼지를 몰아치며,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담아 온다.

네브래스카의 작은 마을, 빅 휘스키의 , 낡은 매춘굴에서 울음 섞인 고함이 터져 나온다.

술에 취한 카우보이들이 여자들을 희롱하다가, 한 남자가 칼을 꺼내 들고 창녀 델릴라의 얼굴을 잔인하게 난도질한다.

그녀의 얼굴은 피로 물들고,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소식을 들은 마을 보안관 리틀 빌 대그겟은 범인들을 잡아온다. 그러나 처벌은 놀라우리만큼 가볍다.

살점이 찢기고 평생 흉터로 남을 상처를 입힌 죄가, 단지 말 몇 마리 배상으로 끝나버린다.

분노한 매춘부들은 돈을 모아 현상금을 걸기로 한다. 범인을 죽이는 자에게 거액의 보상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정의가 아닌 복수, 그리고 무자비한 돈의 거래. 그 순간 마을은 서서히 불길한 기운에 휘말린다.

 

이 소식은 바람처럼 퍼져 나가, 평원 끝에서 은둔하고 있던 한 사내의 귀에도 들어간다. 그의 이름은 윌리엄 머니.

예전엔 이름만 들어도 무자비한 총잡이로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황폐한 돼지 농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초라한 과부 사내다.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는 그 뒤로 술을 끊고 총도 버린 채 살아왔다.

하지만 가난과 고독, 그리고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무게는 그를 다시 과거의 그림자로 끌어당긴다.

 

어느 날 젊고 혈기왕성한 총잡이 ‘스코필드 키드라는 청년이 머니를 찾아온다.

그는 눈이 좋지 않아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도,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싶다는 허세로 가득하다.

그는 매춘부들이 건 현상금을 함께 노리자고 제안한다.

처음엔 거절하지만, 농장에서 돼지를 몰고 다니던 머니의 눈빛은 점점 굳어진다. 결국 그는 결심한다.

과거를 묻고 살려했으나,, 아이들에게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다시 총을 들기로 한다.

 

그는 옛 동료 네드 로건을 찾아간다. 오랜 세월 함께 피를 나눈 동지였지만, 지금은 총을 내려놓고 소박하게 살고 있던 남자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동지애와 불안한 모험심에 네드도 결국 길을 함께한다. 세 사람은 끝없는 평원을 건너 빅 휘스키로 향한다.

황량한 대지 위, 말발굽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린다. 그러나 그들의 발걸음에는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편, 마을에선 또 다른 외지인 잉글리시 밥이 나타난다.

그는 자칭 전설적인 총잡이라며 호언장담을 늘어놓지만, 리틀 빌 보안관은 가차 없이 그를 제압하고 모욕을 준다.

보안관은 철저히 자기 권력으로 마을을 통제하려 하고, 외부에서 온 모든 총잡이들을 잔인하게 다루며 법과 질서를 내세운다.

하지만 그의 질서란 사실상 폭력과 위선에 불과하다.

 

머니와 네드, 그리고 키드는 마침내 범인들을 찾아 나선다. 첫 번째 표적은 숲 속에서 소들을 돌보던 카우보이.

빗줄기가 쏟아지고, 머니는 오랫동안 잡지 않았던 총을 겨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조준은 흐트러진다.

총알은 비명을 지르며 숲을 갈라, 마침내 카우보이의 몸을 꿰뚫는다.

그는 땅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를 토해내며 천천히 죽어간다. 머니와 일행은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본다.

전에는 한 번에 죽였는데머니의 속삭임은 과거의 악명이 더 이상 현재의 그에게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여전히 사람을 죽이는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두 번째 표적을 노리던 중, 네드는 마음이 흔들린다. 그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고백하며, 결국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비극을 낳는다. 리틀 빌 보안관은 네드를 잡아 잔혹하게 고문한 뒤, 마을 한복판에 그의 시체를 내걸어버린다.

이는 곧 머니의 분노를 부르는 불씨가 된다.

 

머니는 술을 다시 마신다. 오랫동안 끊었던 위스키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자, 그의 눈빛은 다시 예전의 살기를 되찾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농부도, 아버지도 아니다. 피를 뿌리던 옛 악귀, 총잡이 윌리엄 머니가 돌아온 것이다.

 

비 오는 밤, 그는 장총을 들고 술집으로 들어선다.

어두운 방 안, 리틀 빌과 그의 부하들이 네드의 죽음을 축하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천천히 들어오는 머니. 비에 젖은 얼굴, 주름진 눈빛 속에 서늘한 살기가 번뜩인다.

순간, 방 안은 죽음의 공기로 가득 찬다.

 

네드를 죽인 놈은 누구냐?”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번개처럼 날카롭다. 침묵을 깨고 총성이 터진다.

총알이 불빛처럼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쓰러진다. 머니는 한 발 한 발, 흔들림 없이 쏘아 올린다.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순식간에 부하들은 쓰러진다. 마지막으로 리틀 빌이 남는다.

그는 땅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머니를 노려본다. “넌 지옥에나 갈 거야.”

그러나 머니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래도 난, 지금은 널 죽여야겠군.”

차가운 총성이 울리고, 보안관은 생을 마감한다.

 

비가 내리는 마을 한복판, 머니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경고한다.

내 시체를 건드리면, 마을 전체를 불태워버리겠다.”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 못한다.

그는 천천히 말을 몰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석양의 평원 위에 남겨진 머니의 뒷모습.

그는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갔을까,

아니면 또 다른 악몽의 길을 걸었을까.

 

오직 차갑고 무거운 여운만이 관객의 가슴속에 남는다.

 

 

 

 

3. 특징

◐ 웨스턴의 해체와 재창조

기존 서부극이 영웅과 정의의 신화를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그 신화를 무너뜨린다.

총잡이의 삶은 찬란한 전설이 아니라, 죄와 피, 회한으로 얼룩진 고통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  인간의 회한과 폭력의 본질

머니는 은퇴한 총잡이지만, 다시 총을 들었을 때 그는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폭력은 단절되지 않고,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  보안관 리틀 빌의 이중성

그는 질서와 법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폭력을 독점하며 자신만의 권력을 유지한다.

악과 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정의조차도 누군가의 무자비한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  사라지는 서부, 남겨진 인간

끝없는 평원, 쓸쓸한 비, 황량한 술집 같은 풍경은 이미 서부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전설의 황혼을 그리면서, 그 속에 남겨진 인간들의 상처와 허무를 응시한다.

 

◐  영웅 없는 결말

머니는 복수를 완수했지만, 그것은 결코 구원이 아니다.

그는 다시 악귀처럼 변했을 뿐이며, 영화는 어떤 영웅도, 어떤 정의도 남기지 않는다.

남는 것은 오직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이다.

 

4. 감상문 

'용서받지 못한 자'는 어떤 서부극보다 조용하고, 더 잔인하며, 동시에 더 인간적이다.

전통적인 서부극이 총잡이의 빠른 권총 솜씨와 영웅적 모험을 찬양했다면, 이 영화는 그 뒤편에 남겨진 그림자를 숨기지 않는다.

이스트우드의 카메라는 영웅이 아니라, 죄를 짊어진 노인을 천천히 따라간다.

그 노인의 발걸음에는 피비린내 나는 과거와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는 절박한 현재가 동시에 묻어 있다.

 

윌리엄 머니라는 인물을 보며, 인간이란 과연 변할 수 있는 존재인가를 묻게 된다.

는 아내와의 삶을 통해 변했다고 믿었지만, 결국 상황은 그를 다시 옛 자리에 불러낸다.

총을 쥐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아버지이거나 농부가 아니라, 악귀 같은 살인자로 돌아간다.

과연 그는 다시 과거를 넘을 수 있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만 남긴다.

 

영화의 가장 무서운 순간은 빗속에서 첫 번째 카우보이를 쏘던 머니의 떨리는 손,

총알에 맞고 천천히 죽어가던 남자의 울음. 그것이. 진짜 폭력의 얼굴이었다.

영웅의 전설은 그 어디에도 없고, 오직 두려움과 비참함만 남는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네드의 죽음이다. 그는 결국 폭력을 끝내고 싶었지만, 바로 그 선택이 가장 잔혹한 죽음을 불러왔다.

마을 한복판에 매달린 그의 시체는, 이 세계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비극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조차 폭력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 아이러니.

 

그리고 술집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결전. 머니의 얼굴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이미 지옥에서 돌아온 망령 같다.

그 순간 어떤 해방감도, 통쾌함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두려움만이 있다.

그는 승리자가 아니다. 단지 또 한 번 인간성을 잃어버린 패배자일 뿐이다.

 

영화는 결국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우리는 변할 수 있는가?

아니면 과거의 죄와 폭력 속에 영원히 묶여 있는가?

 

영화는 그 물음을 관객의 가슴에 남기고, 황량한 평원 속으로 사라진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의 고독과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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