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덩케르크』 줄거리, 특징, 총평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면서도 "영웅이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지킨 평범한 이들"임을 강조하는 영화입니다.

 

1. 영화 개요

 

제목 : 덩케르크 (Dunkirk)

장르 : 액션, 전쟁 드라마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핀 화이트헤드, 마크 라이런스, 톰 하디, 헤리 스타일스 

개봉 : 2017년, 영국, 프랑스, 미국

2. 줄거리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영국군과 연합군이 독일군에게 포위되어 해상 철수를 시도했던 1940년 5월의 극적인 9일간을 입체적으로 그린 전쟁 영화입니다.

놀란 감독은 이 이야기는 3개의 시간축(1주일, 1일, 1시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공간(육지, 바다, 공중)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진행시키며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  육지 - 몰레(The Mole) : 1주일의 이야기

젊은 영국 병사 ‘토미’는 프랑스 덩케르크 시내에서 독일군의 공격을 피해 가까스로 해안가로 탈출한다. 그는 바다를 향해 몰려드는 병사들과 함께 덩케르크 해변에 집결한 수십만의 영국군 가운데 한 명이다. 병사들은 철수선을 기다리며 불안에 떨고 있고, 독일군은 하늘과 육지에서 연일 폭격을 퍼붓는다.

토미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가능한 한 빨리 철수선에 타려고 애쓴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병사 ‘기브슨’, 영국 병사 ‘알렉스’와 동행하며, 생존을 위한 탈출 시도를 반복한다. 그는 배에 숨어들기도 하고, 선박이 침몰하면서 물에 빠지기도 하며, 끊임없이 죽음과 마주한다.

이 파트에서는 병사들의 공포, 구조를 기다리는 자들의 무기력함, 동료애와 이기심 사이의 갈등이 심도 있게 묘사된다. 육지는 철수작전의 상징적인 무대이자, 생존과 절망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 바다 - 해협(The Sea) : 1일의 이야기

한편 영국 본토에서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민간 선박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작전에 투입된다. 작은 보트 ‘문스톤호’를 탄 시민 선장 ‘도슨’과 그의 아들 ‘피터’, 피터의 친구 ‘조지’는 전쟁터로 향한다. 이들은 퇴각 중이던 영국군 파일럿이 탑승한 가라앉은 함정에서 ,충격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익명의 병사(킬리언 머)를 구조한다.

이 병사는 전장으로 돌아가길 극도로 거부하며, 선박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조지와의 갈등으로 결국 조지가 중상을 입는 사고도 벌어진다. 그럼에도 도슨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수많은 병사들을 구조하고 덩케르크 해안에 도착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한다.

바다 파트는 민간인의 용기, 전쟁의 부조리, 공포와 책임감의 충돌 등을 보여준다. 평범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여한 이 장면은 실제 역사에서도 매우 상징적인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다.

◐  공중 - 공군(The Air) : 1시간의 이야기

영국 공군 조종사 ‘파리어’와 ‘콜린스’는 하늘에서 독일군의 전투기들을 격퇴하며 덩케르크 해안에 있는 병사들의 철수 작전을 엄호한다. 영화는 이들의 조종석 내부를 밀착 촬영하며 고도와 연료, 적의 위치에 따른 압박감과 전술적 판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콜린스는 전투 중 바다에 추락하지만 가까스로 구조되고, 파리어는 연료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도 남아 있는 독일 전투기를 끝까지 격추시키고, 결국 해안가에 착륙하여 포로가 된다.

공중 파트는 전쟁의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고립된 상황에서의 결단, 희생, 전략적 책임감을 강조한다. 특히 파리어가 전투기를 불태우고 적군에게 체포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끝까지 동료 병사들의 철수를 지키려 한 사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결말 - 덩케르크에서의 철수와 귀환

토미와 알렉스는 민간 구조선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어 영국 본토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들은 사람들의 격려와 따뜻한 환영에 어리둥절해하며, 자신들이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실패자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한 노인은 그들에게 “너희는 패배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잘한 것이다”라고 말해준다. 신문에서는 영국 총리 처칠의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라는 유명한 연설이 실리며, 이 실패처럼 보인 철수가 결국 더 큰 반격을 위한 시작임을 암시한다.

 

 

 

 

3. 특징

◐ 시간 구조의 파격적 분할 - 비선형 서사

『덩케르크』는 시간의 흐름을 육지(1주일), 바다(1일), 공중(1시간)이라는 세 개의 공간에 따라 각기 다른 속도로 구성한 *비선형 내러티브 구조*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3개의 시공간은 서로 다른 템포로 진행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전투로 통합되며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증폭시킵니다.

관객이 단순히 이야기를 보는 것’을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쟁을 체험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전쟁 영화의 서사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혁신적 접근입니다.

◐ 전쟁의 비정함을 말없이 그려내다 - 최소한의 대사

이 영화는 놀랄 만큼 대사가 적습니다. 설명적 내레이션도 없고, 전략이나 전황에 대한 묘사도 생략되어 있습니다. 대신 감독은 시각, 소리, 표정, 긴장감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하며, 이는 오히려 관객이 더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전쟁이란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이며, 본능적인 생존 싸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 IMAX 카메라와 실제 로케이션 촬영

놀란 감독은 대부분의 장면을 *IMAX 70mm 카메라*로 촬영하여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비행기 조종석 내부, 침몰하는 선박, 해변에서의 대기 장면까지 실제 덩케르크 해변과 바다에서 촬영되어 극도의 사실성을 자랑합니다.

보고 있다기보다  그 속에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공군 전투기 장면에서는 특히 카메라의 시점과 배치가 탁월하여 3차원적 공간 체험이 가능해집니다.

◐ 한스 짐머의 음악과 틱톡 효과

한스 짐머의 OST는 시간을 테마로 한 *시계 초침 소리*를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이 사운드는 영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마치 시간폭탄이 돌아가는 듯한 긴장감과 불안을 극대화합니다.

실제로는 같은 음역대에서 반복되는 멜로디임에도 계속 높아지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이는 시각적 요소와 맞물려 관객을 끊임없는 공포와 몰입으로 이끌어가는 장치가 됩니다.

◐ 무명의 병사와 시민을 중심에 둔 시선

전쟁의 주인공은 장군도, 국가도 아닌 익명의 병사들과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이름조차 끝내 밝혀지지 않는 병사들, 바다를 건너는 시민 선장, 추락하는 조종사 등은 개별적인 영웅담을 갖기보다는 하나의 생존본능과 공동체의 힘을 상징합니다.

감독은 이들을 통해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전쟁의 본질과 인간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4. 총평

『덩케르크』는 , 감각적 체험과 심리적 압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시네마적 실험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작품을 통해 전쟁 영화의 정의 자체를 새롭게 써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기존 전쟁 영화와의 차이점

타 전쟁 영화가 영웅 서사, 정치적 메시지, 감성적 접근 등을 중시했다면, 『덩케르크』는 오히려 극한 상황 속 ‘침묵의 생존’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이 직접 공포를 느끼도록 만드는 방식은 혁신적이며 독창적입니다.

▣  비평가와 대중의 호평

비평가들은 놀란 감독의 연출력, 음악, 편집, 촬영에 대해 극찬했으며, 대중 역시 영화관에서 체험하는 압도적 몰입감에 매료되었습니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고,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 허물기

『덩케르크』는 흥행에서도 성공해 전 세계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예술성과 실험성을 갖춘 영화가 대중성과도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덩케르크』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인간의 본능과 선택*, 그리고 *묵묵한 용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대사보다 사운드로, 감정보다 체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전쟁영화 장르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도 회자될 *시네마적 걸작*으로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