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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속 인간성의 마지막 흔적을 붙드는, 한 남자의 처절한 여정을 압도적인 시점과 긴박한 시각적 리듬으로 그려낸 홀로코스트 영화.
1. 영화 개요
제목 : 사울의 아들 (Son of Saul)
장르 : 드라마
감독 : 라즐로 네메스
주연 : 게자 뢰리히
개봉 : 2016년, 헝가리
2. 줄거리
영화는 어둡고 흐릿한 숲에서 시작된다. 초점은 흐리고, 색감은 바래 있다. 그리고 그 프레임 속으로 한 남자가 뚜벅뚜벅 다가온다.
*사울 아우스란더*(게자 뢰리히). 헝가리계 유대인인 그는 아우슈비츠의 *존더코만도* , 즉 강제 수용소 내부에서 시체 처리를 담당하는 유대인 노동자다.
그의 얼굴은 감정이 제거된 듯 무표정하고, 몸은 기계처럼 움직인다. 그는 가스실로 유대인을 유인하고, 그들의 시신을 정리하며, 피와 뼈와 절망 속에서 하루를 산다. 카메라는 사울의 뒤를 4:3 화면비로 밀착하며 단 한순간도 시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홀로코스트의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 지옥을 견디는 한 남자의 시야와 숨결을 관객이 체험하게 된다.
어느 날, 사울은 가스실에서 죽은 한 소년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 소년은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지만, 강제로 질식사당했다. 소년의 시신을 본 순간, 사울의 표정이 변한다.
"그 아이는 내 아들이오."
사울은 자신이 본 소년을 아들이라고 확신하고, *그 아이를 유대 율법대로 매장하겠다*는 강박적인 결심을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지옥 한가운데에서 신성함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시신은 해부대 위에 올라가고, 나치 의사들은 해부 실험을 준비한다. 사울은 시신을 몰래 빼돌릴 계획을 세운다. 이 목표를 향해 그는 하나의 망령처럼 수용소의 구역을 넘나들고, 동료 존더코만도들과 밀고자의 틈을 비집으며 움직인다.
한편, 수용소 내부에서는 *존더코만도의 반란 계획*이 진행 중이다. 나치를 상대로 마지막 저항을 감행하려는 그들의 비밀 계획은 사울의 시신 은닉과 매장 계획으로 인해 위협받는다.받는다. 사울은 반란자들이 숨긴 폭약을 잃게 하고, 동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를 일으킨다. 그는 그저 아들을 묻는 일에 몰두하고, 동료들의 분노와 절망을 외면한다.
“그게 정말 네 아들이냐?”라는 질문에 사울은 말하지 않는다. 영화는 끝까지 그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그 아이가 진짜 아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울이 인간성을 회복하고 싶어 만든 ‘정신적 자식’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유일한 *구원의 가능성*이었다.
사울은 아이의 시신을 감싸 안은 채 수용소의 각 공간을 통과한다. 바깥세상은 항상 흐릿하거나 불분명하고, 배경은 음침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유대인 랍비를 찾아 시신에 기도를 올려줄 사람을 찾고, 수용소 병동, 해부실, 집단 묘지, 강변까지 이동한다. 도중에 그는 시체를 들키기도 하고, 사망 직전까지 위협받기도 한다.
동료들은 점점 희생되어 간다. 반란은 실패하고, 대다수의 존더코만도는 학살된다. 사울은 모든 것을 잃고도, 마지막까지 그 소년의 매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사울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깊은 숲 속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소년의 시신을 안고 있다.
그들은 어느 허름한 헛간에 숨는다. 숨죽이며 매복한 순간, 사울은 낯선 소년과 마주친다. 살아 있는 아리아계 아이. 사울은 그를 바라보고, 처음으로 미소 짓는다.
이 장면은 모든 것을 압축한 은유다.
죽은 아들의 얼굴이 아니라, *산 자의 얼굴*.
절망 끝에서 처음 나타난 *희망의 흔적*.
폭력과 죽음으로 가득한 영화 속에서 단 한 번 나오는 *부드러운 표정*.
곧이어, 총성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그들의 운명은 명확하지 않지만, 사울은 죽음을 앞두고도 웃었다.
그 미소는 구원이었을까? 아니면 광기였을까?
3. 특징
◐ 압도적인 1인칭 시점,
『사울의 아들』은 극도로 제한된 시점으로 세계를 묘사합니다.
영화 전체가 사울의 시야와 동선에 밀착되어 구성되며, 관객은 한 명의 인물 안에 갇힌 채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화면비 4:3 → 인물 외의 세계가 철저히 잘려 나간 구성
핸드헬드 카메라 → 진동과 움직임이 불안감을 가중시킴
아웃포커싱된 배경* → 현실은 항상 흐릿하고, 핵심은 사울의 뒷모습과 표정
이 연출 방식은 관객이 수용소의 참상을 직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상상 속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이는 기존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전혀 다른 몰입의 방식입니다.
◐ 절제된 감정, 침묵의 윤리
사울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는 말도 적고, 대부분의 감정은 표정 없는 얼굴과 무거운 호흡,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전달됩니다. 그가 왜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라 말하는지, 진짜 아들인지조차 끝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개인적이고 무표정한 서사는,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감정의 억압을 통해 절망을 더욱 리얼하게 전달합니다.
◐ 홀로코스트의 비가시화 전략
이 영화는 가장 잔혹한 역사인 아우슈비츠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가스실 내부, 대량 학살, 시체 더미 등 시각적 잔혹함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그 현실을 암시합니다.
배경 사운드 : 비명, 총성, 발자국, 시체를 끄는 소리
흐릿한 이미지 : 관객은 정확히 보지 못하지만,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각으로 느낍니다
카메라 시선의 제한 : 사울의 뒤만 따라가는 구도는 *의도적 무지*와 *인간의 도피 본능*을 상징합니다.
이 방식은 윤리적인 영화 제작의 한계를 고민한 결과로, 실제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감춰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역설적 표현 전략입니다.
◐ 종교적 상징성과 인간성 회복의 서사
사울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믿는 소년을 매장하기 위해 벌이는 여정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성과 신앙, 상징과 구원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유대 율법에 따른 매장→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행위
랍비를 찾는 과정→ 신성함의 회복을 위한 성서적 여정
마지막의 미소 → 죽음 직전에서조차 의미를 찾고자 했던 인간의 얼굴
이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도달 가능한 최소한의 인간성을 끈질기게 추구한 영화입니다.
◐ 대사보다 이미지와 리듬이 주도하는 영화적 서사
영화는 전통적인 대화나 설명이 거의 없습니다.
정보 제공을 위한 대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관객은 오로지 움직임, 표정, 공간의 흐름을 통해 이야기와 감정을 따라가야 합니다.
이는 문학적이기보단 음악적, 리드미컬한 영화적 구성으로, 하나의 ‘이미지 교향곡’처럼 느껴집니다.
리듬과 구조가 영화의 감정선을 지탱합니다.
4. 총평
『사울의 아들』은 감각적인 재현보다 심리적 체험에 집중한 홀로코스트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유사 영화가 가스실, 시체, 학살 장면을 보여주는 데 반해, 이 영화는 “보지 않는 것”을 통해 공포와 비극을 전달합니다.
카메라는 끝까지 *사울의 눈높이*만을 따라갑니다.
모든 배경은 흐릿하고, 관객은 사울과 함께 ‘지옥의 안개’를 걷습니다.
폭력과 죽음은 ‘멀리서 들리는 소리’로만 다가옵니다. 그 간접적인 충격이 더 무섭습니다.
인간성의 붕괴와 회복이라는 강력한 주제의식을 갖은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지옥 속에서도 신성함을 가질수 있는가? 라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합니다.
이 영화는 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장면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이 기억 속에 박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몰입도가 높지만 감정이 억제되어 있어서 맥락을 이해 하는데는 사전지식 (홀로코스트 역사 등) 이 필요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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