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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터 로이드 시티

 

영화 속 세계도, 현실도 모두 우리가 꾸는 꿈과 같은 것

 

 

1. 영화 개요 

제목 : 에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장르 : 로맨틱 코미디, sf, 드라마

감독 : 웨스 앤더슨

주연 : 제이슨 슈왈츠만,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개봉 : 2023년, 미국

2. 줄거리

1950년대 미국 남서부 사막. 그곳에 위치한 한적한 마을 에스터로이드 시티는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작은 도시입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은 우주와 별에 매혹된 이들을 위한 청소년 천문학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야기는 무대 위 희곡의 형태로 펼쳐지며, 허구와 현실이 겹쳐지는 독특한 구조 속에서 진행됩니다.

 

전쟁 사진기자 *오기 스틴벡* (제이슨 슈워츠먼 )은 네 아이를 데리고 이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의 부인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끌고 있죠. 오기는 자신의 장인인 *스탠리* (톰 행크스 )에게도 마을로 오라고 부탁합니다. 그는 딸의 유골을 휴대용 T퍼에서 보관한 채, 마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이 작은 마을을 돌아봅니다.

한편, 에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매년 열리는 천문학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아이들, 각기 다른 주제로 수상 경력을 가진 소년소녀들이 전국에서 이곳으로 모여듭니다. 오기의 아들인 우드로도 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된 것이죠. 이들은 정부 요원들 앞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시연하고, 신기한 교류를 나누며 특별한 경험을 합니다.

 

대회 중 하늘이 어두워지고, 갑자기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강렬한 섬광과 함께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나타납니다.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 UFO가 착륙하고, 외계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는 조용히 내려와 천문학 대회에서 전시 중이던 운석 조각을 가져가고는, 아무 말 없이 우주선으로 다시 사라집니다.

 

마을은 곧 정부에 의해 전면 봉쇄됩니다. 군대와 정부 요원들이 몰려오고, 참석자들은 격리된 상태로 며칠간 에스터로이드 시티에 발이 묶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외계인의 등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영화는 이 사건을 통해 인간의 존재, 과학의 경계,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바로 ‘극 안의 극 구조입니다.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에스터로이드 시티는 극작가 * 콘래드 얼핀 * (에드워드 노튼 )이 쓴 연극이며, 배우들이 이를 무대에서 공연하는 형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연의 리허설, 제작 과정, 배우들의 심리까지도 영화는 교차 편집으로 보여줍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

 

오기 역을 맡은 배우는 무대 밖에서 "왜 내가 지금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라며 괴로워하고, 연출자는 연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그를 다그칩니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과 허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관객에게 "당신이 진짜라고 믿는 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부서져 있거나, 누군가를 잃었거나,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우드로는 어머니를 잃은 상실 속에서 천문학에 몰두하고, 오기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채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마을에서 만난 여배우 미지 캠벨(스칼렛 요한슨 )은 자신의 삶이 대본 속 인물처럼 느껴진다며, 오기와 짧은 로맨스를 나눕니다. 이 둘은 서로의 고통을 조금씩 이해하며 가까워지죠.

 

격리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외계인이 나타납니다. 그는 운석 조각을 다시 돌려놓고 사라집니다. 정부는 이를 은폐하려 하지만, 아이들과 오기는 이 경험이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건이었다고 말합니다. 영화는 큰 해답을 주지 않지만,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가르쳐줍니다.

마지막 장면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서서 외칩니다.

 

잠에서 깨어나세요.”

 

 

 

 

 

3. 특징

 ◐ 웨스 앤더슨 특유의 연출 스타일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색감, 구도, 리듬감이 독창적입니다. 에스터로이드 시티에서도 그만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색채 배합, 대칭 구도, 미니어처 느낌의 세트 디자인, 정교하게 계산된 카메라 트래킹과 줌인 등은 영화 전체를 마치 한 권의 그림책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사막의 노을빛, 하늘의 깊은 청색, 벽돌색 건물과 촌스러운 레트로 소품까지 모든 시각적 요소가 일관되며, 그 결과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2. ◐ 메타 극구조와 복합적 플롯

이 영화는  외계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극 안의 극' 구조입니다. 실제 사건은 연극 속 이야기이며, 동시에 그 연극을 만드는 작가와 배우들의 뒷이야기가 교차 편집 됩니다.

이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의 진실성과 감정적 진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건 진짜였나?”, “이 감정은 배우의 연기인가, 인물의 고통인가?”와 같은 복합적인 물음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며, 이로 인해 단순한 SF영화 이상의 깊이를 제공합니다.

 

◐ 상실과 정체성에 대한 은유

이 영화의  주제는 인간이 겪는 상실, 고립,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오기는 아내를 잃고도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이고, 아들 우드로는 천문학이라는 방패 뒤에 감정을 숨긴 소년입니다.

미지 캠벨은 진짜 자신의 감정이 대본 속 인물과 구분이 안 간다고 토로합니다.

이 모든 인물은 우주와 같은 끝없는 질문 앞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외계인의 등장과 같은 비일상적 사건은, 오히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감정영화

표면적으로는 감정 표현이 극히 제한된 인물들, 건조한 대사들, 의도적으로 무미건조한 연기 톤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강한 감정적 울림이 존재합니다. 이는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내어 관객 스스로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오기의 대사, “나는 지금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관객이 영화를 보며 느낄 혼란마저도 대변하는 것입니다.

 

 

4. 총평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우주여행’입니다.

환상적인 색감과 무대 같은 세트, 독특한 내레이션 구조, 감정을 억제한 연기 방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허구와 진실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입니다.

 

관객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질 때 느껴지는 감정의 충만함은 여느 영화보다도 강렬합니다.

 

당신은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괜찮다. 당신은 아직 깨어있지 않았을 뿐이다.”

이 메시지를 남긴 채,  영화는 사막의 별빛 아래에서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별보다 먼 인간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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