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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과 상하이, 조국을 되찾으려는 자 와 조국을 팔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암 살
장르 : 액션
감독 : 최동훈
주연 :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개봉 : 2015년, 대한민국
2. 줄거리
1933년, 중국 상하이. 낡은 골목길 어귀에 묵직한 발소리가 울린다.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좁은 골목을 걷는다.
그는 총을 손에 쥐고, 시계에 맞춰 발걸음을 옮긴다.
그 순간, 인력거에서 내린 일본군 고위 장교의 머리가 총성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다.
피가 튀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암살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를 지켜보던 또 다른 그림자. 염석진(이정재).
그는 조선 출신, 현재는 일본 경찰부의 비밀 요원이다.
그러나 그의 눈빛엔 혼란과 계산, 그리고 숨기고 싶은 과거가 겹쳐져 있다.
장면은 바뀌고, 조선의 임시정부 쪽 연락사무소.
어둡고 습한 회의실 안. 임시정부의 핵심 인물들이 한 여성을 호출한다.
이름은 안옥윤(전지현), 조선의 저격수.
한때는 만주벌판의 독립군 소녀였고, 지금은 무표정한 얼굴로 방아쇠를 당기는 저격수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 하나.
"친일파 강인국(이경영)과 일본군 장교 가와구치를 암살하라."
안옥윤은 중국 지하 조직의 연락을 받아 조력자 ‘속사포’(조진웅),
그리고 폭탄 전문가 ‘황덕삼’과 함께 팀을 꾸린다. 각자 사연을 안고 있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
“조선을 되찾겠다는 마음.”
그들은 경성으로 향한다.
긴장감이 흐르는 기차 안, 안옥윤은 옷 속에 숨긴 작은 권총을 매만지며 창밖을 응시한다.
그 눈동자엔 감정이 없다. 이미 수없이 많은 생과 사를 넘나든 눈빛이다.
경성 도착.
거리는 일본군 순찰대로 뒤덮였고, 친일파들은 카페와 살롱을 들락거리며
세련된 척, 그러나 두려움에 찬 눈으로 돌아본다.
안옥윤은 호텔 옥상에서 강인국의 집 구조를 관찰한다.
그의 집, 그리고 가와구치의 이동 경로를 치밀하게 계산한다.
밤이 되면 작전이 시작된다.
한편, 염석진은 일본 경찰로서 임시정부 쪽의 암살 계획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친일파 강인국과 은밀히 접촉하고,
“당신을 암살하러 저격수 팀이 도착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자신도 한때 독립군이었음을 상기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친구를 배신했고, 동료를 밀고했고, 그 결과 그는 살아남았다.
작전 개시일.
안옥윤은 복장을 바꾸고 군중 속으로 녹아든다.
속사포는 술집에 들어가 정보를 흘리며 경찰의 동선을 유도한다.
황덕삼은 건물 뒤편에서 폭탄을 준비한다.
오후 3시.
강인국이 가와구치와 함께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이동한다.
그 순간, 옥상에 숨어 있던 안옥윤, 숨을 죽이며 총구를 겨눈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한 여인이 유모차를 끌고 걸어든다. 순간을 놓친 안옥윤,
경호원들이 무전을 치며 경계가 강화된다.
이후의 추격전은 경성 한복판을 뜨겁게 달군다.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울리고, 안옥윤은 가까스로 도망친다.
황덕삼은 부상을 입고 체포된다.
속사포는 권총을 들고 적진 한복판으로 돌진하지만, 결국 염석진의 총에 쓰러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염석진은 안옥윤의 쌍둥이 언니인 안소율의 과거를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어릴 적 헤어졌고,
한 사람은 일본군 장교 가정에서 길러졌으며, 다른 한 사람은 독립군으로 자랐다.
충격적인 건,
안소율이 바로 암살 대상인 강인국의 양녀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는 안옥윤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염석진은 안옥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안소율을 이용한다.
그리고 작전은 실패하는 듯했지만, 안옥윤은 오히려 그 상황을 역이용해
자신의 쌍둥이 자매였던 안소율의 복수를 결심한다.
최종 작전일. 경성 극장.
가와구치와 강인국이 일본 외교관들과 회동을 갖는 자리.
안옥윤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극장 안 무대 뒤편으로 잠입한다.
그곳엔 화약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연설이 시작되려는 순간.
총성이 다시 울린다.
강인국,
심장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의 피가 흰 무대 천에 튄다.
가와구치는 경호원을 앞세워 도망치려다, 극장 뒤편 폭발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다.
안옥윤은 그 자리에서 붙잡히지만,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눈을 감는다.
그 눈빛엔 처음으로 감정이 담겨 있다. 슬픔도, 후회도, 기쁨도 아닌,
해방의 한 조각 같은 감정.
몇 년 후,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염석진은 경찰 고위직으로 승진해 기념식장에서 훈장을 받고 있다.
그는 여전히 그럴듯한 외모와 말솜씨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지만, 그를 멀리서 지켜보는 한 노파가 있다.
그녀는 안옥윤이다.
여전히 살아 있었고, 여전히 정의를 향한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총을 꺼낸다.
3. 특징
◐ 실존 역사와 픽션의 경계에서 피어난 서사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실제 배경을 바탕으로 극적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 누아르’다.
실제 있었을 법한 독립운동의 한 단면을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스케일로 그려내며,
픽션이 오히려 역사보다 더 진실해 보이는 역설적 힘을 발휘한다.
◐ 다중 서사와 인물 중심 구성의 완벽한 조율
안옥윤(전지현), 염석진(이정재), 속사포(조진웅), 강인국(이경영) 등 각 인물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선택, 고통의 역사를 가진 입체적 캐릭터다.
◐ 여성 중심의 독립운동 서사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은 한국영화 역사에서 보기 드문 주체적인 여성 독립운동가 캐릭터다.
단순한 액션 히어로나 도구적 존재가 아니라, 극 전체를 이끌며 ‘독립’이라는 서사를 몸소 살아내는 인물이다.
그녀의 총구는 단지 목표를 향한 게 아니라, 역사의 무게를 견디는 자기 결단의 상징으로 읽힌다.
◐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미학
최동훈 감독 특유의 빠른 전개, 감각적인 화면 구성, 시대 재현을 위한 정교한 미술과 의상,
그리고 음악과 사운드까지 어우러져 역사영화임에도 지루함 없이 몰입감 있게 끝까지 달려간다.
특히 경성 시내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극장 폭파 장면 등은 오래 기억되는 장면들이다.
4. 총평
“그날, 이름 없는 그들의 총성이 우리의 해방을 불렀다”
『암살』한 편의 기억되지 못한 역사를 더듬는 여정이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실존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살아 숨 쉬었던 시간은 분명 우리의 것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얼굴로, 어떤 선택으로 살아남았고, 또 무너졌는지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
안옥윤.
그녀는 그 어떤 대사보다 강한 눈빛으로, 조국의 이름을 잃은 자들의 절망과 결기를 전한다.
총을 들고 서 있을 때 그녀는 단지 독립군이 아니었다.
조선을 지키려 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자, 목소리였다.
염석진.
그는 살아남기 위해 동지를 배신하고, 신념을 접었다.
그러나 그 역시 조선인이었고, 그의 선택도 누군가에겐 너무 익숙한 현실이다.
그가 받는 훈장과 그를 바라보는 안옥윤의 시선이 교차할 때,
우리는 ‘누가 진짜 살아남은 것인가’라는 아픈 질문을 하게 된다.
이름 없이 스러졌던 수많은 사람들의 조용한 총성과 선택의 기록.
역사를 안다는 건, 기억하지 못한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 덕분에 이 땅에 자유롭게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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