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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각들

 

 

1. 영화 개요

제목 : 그녀의 조각들 (Pieces of a Woman)

장르 : 드라마

감독 : 코르넬 문드럭초

주연 : 바네사 커비, 샤이아 라보프, 엘렌 버스틴

개봉 : 2020년, 미국

2. 줄거리

저녁, 보스턴의 겨울이 닫혀가는 회색빛 공기 속에서 마사와 숀은 아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집 안은 평온하다.

어둠이 천천히 깔리고, 거실의 불빛이 희미하게 벽에 번진다.

마사는 진통을 느끼며 주방을 거닐고, 남편 숀은 그녀 곁을 맴돈다. 그들의 대화는 낮고, 짧다.

부드럽게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호흡을 맞춘다. 산파가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인물 대신, 응급 대체 산파 이바가 도착한다. 그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불안이 스친다.

그러나 마사는 믿기로 한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아이를 낳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이 중요하다.

 

카메라는 20여 분 동안 이어지는 롱테이크로 그들의 출산을 담는다. 이 장면은 숨이 막히도록 리얼하다.

숨결, , , 울음, 고통, 희미한 조명 아래서의 긴장과 환희, 그 모든 것이 실제처럼 다가온다.

마사는 침대와 욕조, 거실 사이를 오가며 고통 속에서 생명의 문을 두드린다.

숀은 손을 잡고 울고, 산파는 침착하게 조언한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잠시 후, 산파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아이의 숨이 가빠지고, 울음이 멎는다.

급하게 호출된 구급차, 혼란스러운 소리, 그리고 정적. 화면은 고요히 마사의 얼굴을 비춘다.

그 얼굴 위로 삶이 꺼지는 소리,

어딘가에서 닫히는 문소리가 겹친다.

 

그날 이후, 마사의 세상은 멈춘다. 그녀는 회사에도,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자신에게도 점점 멀어진다.

숀은 아내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그는 화를 내고, 술을 마시고, 점점 부서진다.

그들의 관계는 아기의 죽음 이후 서서히 균열이 생긴다. 마사는 말이 없다. 그녀의 침묵은 죽은 아이의 무게를 안고 있다.

아침마다 그녀는 냉장고에 걸린 초음파 사진을 바라보고, 부엌에 놓인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그날의 감각을 되짚는다.

그 모든 일상이, 부서진 기억의 파편처럼 그녀를 감싼다.

 

시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마사를 향해 단단하고 냉정한 시선을 보낸다. 그녀는 상류층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여인이다.

딸의 고통조차 통제하려 한다. “이건 불행이 아니야, 선택이야.” 그녀의 말은 날카롭고 차갑다.

마사는 그런 어머니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녀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다.

 

법정 장면이 찾아온다.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된다.

산파 이바가 피고로 서고, 마사는 증언을 요구받는다. 모든 시선이 그녀를 향하지만,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언론과 주변 사람들은 정의를 말하지만, 그녀에게 그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고통의 무게는 법의 저울 위에서 결코 평형을 이루지 못한다.

 

시간은 흐르고, 마사는 자신의 몸과 감각을 조금씩 회복한다.

그녀는 걸음을 옮겨 도시의 다리를 건너고, 버스를 타고, 바람을 느낀다. 어느 날, 법정에서 마침내 입을 연다.

그녀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나를 도우려 했어요. 아무도 나쁜 의도로 그 자리에 있지 않았어요.”

이 짧은 말은 그녀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첫 신호처럼 느껴진다.

 

이후, 마사는 과거의 집을 떠난다. 그 모든 흔적, 유모차, , 장난감을 떠나보낸다.

그리고 봄, 그녀는 사과나무가 자라난 들판에 선다. 사과를 심었던 그 자리에서, 나무는 푸르게 자라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서, 그녀의 아이가 살아 있었던 기억과 함께,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한 소녀가 나무 위에서 사과를 따며 웃는다.

그녀는 밝고, 자유롭고, 생기 있다.

그리고 그 소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리 와, 마사.” 그것은 마사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녀 자신이 다시 태어난 모습일지도.

 

영화는 그 미묘한 여운 속에서 끝난다.

상실은 끝나지 않지만,

삶은 여전히 흘러간다는 듯이..

 

3. 특징

 인간의 상실과 회복을 가장 육체적이고 동시에 초현실적으로 포착한 영화다.

이 작품은 죽음 이후의 삶을 말하지 않는다.  삶 안에서의 죽음, 살아 있는 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의 무게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화의 형식적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오프닝의 24분 롱테이크 출산 장면이다.

카메라는 숨 한 번 놓치지 않고, 진통의 순간부터 아이의 탄생과 죽음까지를 하나의 호흡으로 담는다.

이 장면은 생명의 무게를 현실 그 자체처럼 관객에게 체험하게 하는 정교한 장치다.

 

감정을 절제하고, 서사를 최소화한다. 인물의 대사보다 공간의 질감, 침묵의 울림, 공기의 색조로 감정을 전달한다.

어둡고 차가운 색감, 겨울의 빛, 건조한 사운드는 마사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영화의 진짜 대사는 침묵과 눈빛, 사소한 몸짓이다. 그녀의 고통을 ‘이해’가 아닌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녀의 조각들'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여성의 몸과 존재에 대한 존엄의 회복기이다.

사회가 규정한 애도의 방식, 타인의 시선, 책임의 압박 속에서 마사는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픔을 승화한다.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 성숙의 깊이를 보여준다.

 

4. 감상문 

이 영화는 침묵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메라는 대사대신, 숨소리와 공기, 빛의 흔들림으로 마음을 말한다.

감정의 폭발 대신, 내면의 응시를 택한다. 마사의 고통은 표현되지 않지만, 화면의 틈새마다 스며든다. 

특히 롱테이크의 출산 장면은 현실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그 고통은 무겁고, 그러나 신성하다.

 

영화는 잃어버린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마사는 아이를 잃고, 남편을 잃고, 어머니와도 멀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단절의 순간마다 그녀는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진다.

슬픔이 그녀를 파괴하는 동시에, 다시 세운다.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마음에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사과나무 아래의 어린 소녀는 마치 마사의 또 다른 생명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부활이 아니라, 감정의 수용이다.

잃어버린 생명은 돌아오지 않지만, 삶은 여전히 흘러간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회복이다.

 

인간이란 결국 그렇게 부서진 조각들로 만들어진 존재.

그리고 그 잔해 위에서 부서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어 나간다.

 

사랑의 조각, 기억의 조각, 용서의 조각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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