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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하늘 위 정체불명의 존재를 마주한 남매가 두려움과 욕망 사이에서  인간의 본성과 ‘보는 것’의 욕망을 직면하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놉 (NOPE)

장르 : 미스터리

감독 : 조던 필

주연 : 다니엘 칼루야, 케케파머, 스티븐 연, 마이클 윈콧

개봉 : 2022년, 미국

2. 줄거리

먼지바람이 이는 캘리포니아의 외딴 계곡.

끝없이 이어진 언덕과 하늘 사이, 말들의 울음소리가 바람결에 섞여 흩어진다.

그곳에는 오래된 영화용 말 조련 농장, *헤이우드 할리우드 말 렌털장*이* 있다.

이 농장은 오랜 세월 영화 현장에 말을 공급해 온 가문이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와 아들 *오제이 헤이우드*, 그리고 딸 *에메랄드*.

이 세 사람은 영화의 역사 속 어딘가에서 사라진 흑인 개척자들의 후예처럼 묵묵히 말을 다루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은 설명할 수 없는 사건으로 뒤틀린다. 하늘에서 금속 조각과 나사가 비처럼 떨어진다.

아버지 오티스 시니어가 말을 타고 훈련 중이던 그때, 작디작은 동전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져 그의 머리를 관통한다.

말은 놀라 달아나고, 그는 피를 흘리며 아들 앞에서 쓰러진다.

그의 시체에서 꺼낸 것은, 평범한 니켈 한 닢이었다.

병원은 기이한 사고라고 말했지만, 오제이는 그날 이후 하늘을 쉽게 올려다보지 못한다.

 

몇 달이 지나고, 농장은 쇠락해간다.

영화 산업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말을 대체하고, 오제이는 말들을 팔아 근근이 버틴다.

그가 말을 파는 상대는 근처에 자리한 테마파크 주피터스 클레임의 주인 릭키' 주프' 이다.

그는 한때 인기 아역 배우였다.

그러나 그가 출연하던 시트콤 고디스 홈의 촬영 중, 주연이던 침팬지 고디가 돌연 폭주해 사람들을 물어 죽이는 참극이 일어났다.

그날의 기억은 리키의 마음속에 깊이 묻혀 있다.

그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며, 과거의 공포를 기묘한 기념품으로 전시하며 살아간다.

 

어느 밤, 오제이는 목장의 말들이 사라지는 걸 발견한다.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말의 비명과, 들판 위를 미묘하게 맴도는 구름 하나.

그 구름은 이상하게도 며칠째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순간, 하늘 위 어딘가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스치며,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귀마저 막힌 듯한 정적.

그 정적의 끝에서, 그는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말을 본다.

 

그는 에메랄드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에메랄드는 활달하고 장난스럽지만,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그녀는 말한다.

만약 저걸 카메라에 찍을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이 바뀌는 거야.

진짜 오프라급이 될 수 있다고.”

 

그들은 그 하늘의 정체 UFO라 불릴 만한 존재 증명하기 위해 촬영 장비를 준비한다.

전기 기술자 *엔젤*이 설치를 돕고, 노련한 촬영감독 *앤틀러스 홀스트*가 합류한다.

그는 빛을 사냥하는 사람처럼, 진짜 불가능한 샷을 잡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의 기대를 초월한다.

그 구름은 단순한 비행체가 아니라, 하늘 그 자체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였다.

원형의 구름 속에서 살점을 뒤집듯 날개가 펼쳐지고, 그것은 공기 중의 모든 생명체를 빨아들인다.

그것은 기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괴물이었다.

빛과 바람, 침묵과 폭발 사이에서,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그대로 드러난다.

 

오제이는 알아차린다.

저건 사냥꾼이다. 우리가 쳐다보면, 우릴 공격해.”

그는 말을 타고 들판을 가로지르며 괴물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괴물은 자신을 보는 자를 잡아먹는다. 눈을 마주치는 것은 곧 죽음을 부르는 행위다.

 

그날 밤, 주피터는 를 열기로 한다.

그는 UFO가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알고, 이를 상업적 이벤트로 이용한다.

수십 명의 관객이 모여, 하늘을 바라본다.

 

그 순간, 괴물은 구름을 찢고 나타나, 그 모든 사람들을 통째로 삼킨다.

사람들의 비명은 한순간에 멎고, 하늘에는 피와 비닐, 말의 잔해가 비처럼 쏟아진다.

농장으로 돌아온 괴물은 그들의 집 위를 맴돌며 모든 전기를 끊어버린다.

집 전체는 피투성이로 변하고, 창문 밖은 고요하다.

세상은 그저 숨을 죽인다.

 

그날 이후, 오제이와 에메랄드는 결심한다.

이 괴물을 반드시 찍어내고, 동시에 이겨내겠다고.

그들의 싸움은 생존과 기록, 공포와 욕망의 경계 위에서 펼쳐진다.

 

앤틀러스는 자신만의 완벽한 샷을 위해 괴물에게 다가가며, 카메라를 들고 하늘로 빨려 들어간다.

엔젤은 필사적으로 케이블에 몸을 감고 생존한다.

에메랄드는 고군분투 끝에 오제이의 말을 타고 괴물을 유인한다.

하늘 위로 드러난 괴물은 마치 신의 눈처럼 거대하고, 내부는 반짝이는 장막과 섬광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한없이 아름답고, 동시에 무섭다.

생명과 죽음, 경외와 공포가 뒤섞인, 압도적인 존재.

 

마침내 에메랄드는 놀이공원에 있던 거대한 풍선 인형을 띄워 괴물을 유인한다.

괴물은 그것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킨다.

풍선은 하늘에서 폭발하고, 괴물은 내부에서 찢겨 터진다.

하늘은 다시 맑아지고, 구름은 사라진다.

 

아침이 밝아오자, 먼지바람 속에서 오제이는 말을 탄 채 언덕 아래 서 있다.

그의 모습은 그림자처럼 고요하다.

그를 향해 카메라를 든 에메랄드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그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두려움과 자랑, 그리고 어쩌면 구원.

 

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푸르게 빛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숨 쉬고 있다.

조던 필의 세계에서 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공포를 마주했을 때 내뱉는 본능적인 방어의 언어다.

 

아니, 안 돼. 저건 인간이 다룰 수 없는 거야.”

 

그 말은 살아남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3. 특징

◐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공포

의 핵심 주제는 시선이다. 괴물은 자신을 바라보는 자를 삼킨다.

카메라와 관객,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이 구조는 보는 행위자체가 폭력과 탐욕의 행위임을 드러낸다.

공포는 괴물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하고 증명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  서부극, 괴수물, 사회비판의 혼종

조던 필은 장르의 경계를 허문다. 서부극의 풍경 속에 공포와 SF, 블랙 코미디, 그리고 미디어 비판이 녹아 있다.

, 하늘, 카메라, 쇼 비즈니스, 이 모든 요소가 뒤섞이며 현대인의 욕망과 폭력성을 드러낸다.

◐  '하늘의 괴물’이라는 은유

하늘의 생명체는 단순한 외계인이 아니다. 그것은 관음과 착취의 상징, 그리고 미디어가 인간을 집어삼키는 세상의 은유.

영화는 무엇을 찍는가보다 왜 찍는가를 묻는다.

◐  조던 필의 흑인 시선으로 본 미국 신화의 해체

오제이와 에메랄드는 영화 산업의 잊힌 존재들, 흑인 동물 조련사의 후예다.

흑인이 중심에 서는 서부극이자, 새로운 신화 다시 쓰기’다.’다.

◐  시각적 공포와 침묵의 미학

의 공포는 소리의 부재, 먼지의 흔들림, 구름의 정적에서 피어난다.

조던 필은 괴물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대신 보려는 순간의 긴장을 극대화한다.

어둠과 침묵이 만들어내는 공포는, 인간의 심리 속 불가시의 공포를 형상화한다.

 

 

4. 감상문 

은 공포영화의 형식을 빌린, 현대인의 욕망과 시선에 대한 철학적 우화.

하늘 위의 괴물보다 무서운 것은 그것을 찍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조던 필은 관객의 시선을 조롱하듯 유도한다.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결국 괴물의 먹잇감이 된다.

 

영화는 오제이의 눈에서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를 잃었고, 카메라 뒤에 가려진 흑인 노동자의 후예다.

그의 침묵은 단순한 무표정이 아니라, 세상이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체념이다.

반면, 그의 동생 에메랄드는 ‘보여지고 싶어 하는 욕망의 결정체다.

그녀는 말한다.

우린 이걸 찍어야 해.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어.”

찍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대는 존재보다 이미지가 먼저 살아남는다.

 

그러나 영화는 냉정하게 묻는다.

그렇게 찍어낸 진실은 과연 진실일까?

하늘에서 내려오는 괴물은 단순한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기록 욕망의 형상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증명하려다 삼켜진다.

조던 필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보는 폭력을 드러낸다.

SNS의 영상, 뉴스의 화면, 영화의 카메라,

모두가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시대의 거울이다.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 창조자와 소비자, 진실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색이다.

조던 필은 관객에게 불안한 질문을 남긴다.

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관객의 머리 위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 구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내려올 수 있는 그 무언가.

조던 필은 괴물의 형체보다 보는 행위 그 자체의 공포를 이야기한다.

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지만, 보는 순간 우리는 삼켜진다.

 

하늘은 다시 평온하다.

하지만 그 멈춰 있던 구름은 여전히 어딘가에 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스크린 위에,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현대의 괴물이다.

그 괴물의 이름은 시선’, 그리고 욕망’.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가야 한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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