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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지휘자 리디아 타르가 권력과 욕망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인간으로서 음악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타르 (TAR)

장르 : 드라마

감독 토드 필드

주연 : 케이트 블란쳇

개봉 : 2023년, 미국

2. 줄거리

어둑한 조명이 깔린 무대 위, 천천히 피아노의 음이 깔리며 리디아 타르가 등장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천재, 카리스마로 가득 찬 완벽한 여성. 영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천재의 영광을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무너지는 소리를 정밀하게, 잔혹할 만큼 섬세하게 기록한다.

 

리디아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이자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녀는 말 한마디, 손짓 하나로 오케스트라의 수십 명 연주자들을 조율하고, 그들의 시선을 통제하며, 음악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지배한다. 그녀의 강연은 철학적이고, 냉철하며,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시간의 통제를 이야기한다. 지휘자는 시간을 다루는 사람이며, 오케스트라를 통해 신과 같은 힘을 행사한다고.

그러나 그 절대적인 통제감 뒤에는 불안이 숨어 있다.

 

그녀는 파트너 샤론과 함께 베를린에서 살며, 입양한 딸 페트라를 키운다.

샤론은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로, 타르와 일과 사생활을 동시에 공유한다.

그들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타르의 눈빛에는 늘 긴장이 맺혀 있다.

 

새로운 젊은 연주자, 첼리스트 올가가 등장하면서 그 긴장은 깨지기 시작한다.

올가는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타르의 통제 불가능한 욕망을 자극한다.

그녀는 올가를 눈여겨보며, 비서 프란체스카를 통해 미묘한 특혜를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때 제자이자 동료였던 크리스타의 존재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크리스타는 타르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던 인물로, 배척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이름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타르의 과거가 조명되면서 균열이 시작된다.

타르는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게가 점점 그녀의 손끝을 무디게 만든다.

그녀가 음악을 지배하던 손이 더 이상 완벽한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타르가 사람들을 대하는 순간마다, 그녀의 목소리 뒤에 깃든 오만함과 공포가 동시에 비친다.

뉴욕의 인터뷰 장면에서 그녀는 예술의 순수함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의 언어로 음악을 다룬다.

리허설 중 오케스트라 단원과의 논쟁은 그 긴장감의 절정이다.

그녀는 젊은 남성 연주자에게 음악은 정치가 아니다라며 몰아붙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삶은 권력과 욕망, 그리고 체계적인 통제의 정치 그 자체다.

 

타르의 몰락은 서서히 불가역적으로 진행된다.

누군가의 눈빛,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 기자들의 조심스러운 질문 하나가 그녀의 세계를 조금씩 허물어간다.

공연의 리허설에서, 그녀는 갑자기 음향의 흐름을 놓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순간, 처음으로 자신이 지휘하지 못하는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의 집에서는 올가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심이 샤론과의 사이를 망가뜨린다.

페트라를 통해서조차 안정을 찾지 못한 그녀는 점점 고립되어 간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거의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타르의 시선은 흐려지고, 소리들이 왜곡되어 들린다.

어두운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 자신을 바라보는 익명의 관객들, 어딘가에서 울리는 피아노의 불협화음.

그것들은 모두 그녀의 내면이 무너지는 소리다.

 

결국, 타르는 스캔들로 인해 오케스트라에서 해임된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는다.

명예도, 지휘봉도, 관객의 환호도. 베를린의 호화로운 집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때 자신을 가르쳤던 노인을 찾아가지만, 그조차도 그녀를 낯선 눈으로 바라본다.

오직 음악만이 남았지만, 그 음악조차 더 이상 같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타르는 동남아시아의 작은 콘서트를 지휘한다.

관객들은 코스튬을 입은 젊은 팬들, 게임과 판타지 세계의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다.

그녀는 그 낯선 무대 위에서 천천히 손을 든다.

 

음악이 흐르자,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비춘다.

더 이상 오만하지도, 승리감에 차 있지도 않은 얼굴.

다만, 순수한 몰입 속에서 다시 음악을 만나고 있다.

 

그 순간만큼은, 타르는 다시 음악가로 돌아온다.

3. 특징

◐ 현미경 같은 리얼리즘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카메라 워크로 진행된다.

긴 롱테이크, 정적인 구도, 실제 음악 리허설의 긴장감이 관객을 현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 시간과 통제의 주제 

타르는 시간의 주인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그 통제력을 잃는다.

이 과정을 치밀하게 구성해 권력의 무너짐을 음악적 리듬으로 표현한다.

◐ 모호한 윤리적 경계

명확한 가해자나 피해자를 제시하지 않는다.

타르의 행동은 비난받을 만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불안과 욕망의 결과로도 읽힌다.

◐ 케이트 블란쳇의 압도적인 연기 

그녀의 몸짓 하나, 시선의 각도 하나까지 음악처럼 계산되어 있다.

타르라는 인물 자체가 블란쳇의 연기로 존재한다.

◐ 음악과 침묵의 교차

 대사보다 소리의 결여가 강하게 말한다.

리허설의 긴장된 정적, 공연의 순간적 무음이 타르의 내면을 대변한다.

 

4. 감상문

'타르'는 인간이 신의 자리에 오르려 한 순간에 일어나는 파멸의 기록이다.

타르는 예술의 절대성을 믿었지만, 그 믿음이 결국 자신을 고립시켰다.

그녀는 음악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권력이 되었고, 권력은 언젠가 그녀의 손을 무디게 만들었다.

 

타르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고, 천재인 동시에 인간이다. 

그녀의 몰락은 사회의 도덕적 심판이기도 하지만, 예술이 가진 절대성과 인간의 불완전함이 충돌한 결과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외부의 고발이나 도덕적 처벌이 아니라, 내면의 균열에서 비롯된 소리다.

타르는 자신을 완벽하게 조율하려 했지만, 인간은 결코 완벽한 리듬으로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녀가 다시 지휘봉을 들었을 때, 그것은 추락의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이었다.

더 이상 세상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 오로지 소리를 듣는 인간의 얼굴이었다

 

'타르'인간의 불협화음에 관한 영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조용한 폭풍,

완벽을 향한 욕망과, 그것이 무너질 때의 파편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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