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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 하다

 

사랑이라는 감정그리고 관계의 본질 자체를 예술 철학으로 풀어낸 감각적이고 지적인 영화입니다  

 

 

1. 영화 개요

제목 : 사랑을 카피하다 (Certified Copy)

장르 : 드라마

감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

주연 : 줄리엣 비노쉬, 윌리엄 쉬멜

개봉 : 2010년, 프랑스, 아탈리아, 이란

 

2. 줄거리

 

햇살 좋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아침.

유명한 영국 작가 *제임스 밀러* 는 자신의 신간 사본은 원본처럼 진실하다 (Certified Copy)출간을 기념해 플로렌스에서 강연을 한다. 이 책은 모작(카피)’의 미학적 가치에 대한 철학적인 주장으로, 예술계에선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강연장을 찾은 한 여인  *엘르*. 그녀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예술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주인이다.

 

엘르는 강연 내내 제임스의 말에 반응하며 메모를 한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 주최자인 친구의 소개로 제임스에게 말을 건다.

그는 겸손하고 신사적인 태도로 그녀를 반긴다. 그녀는 그의 책을 좋아했다며, 강연 중에 했던 모작과 진품의 구분에 대한 말을 다시 듣고 싶다고 한다. 제임스는 흔쾌히 동의하고, 둘은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엘르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싱글인 듯 보인다. 제임스는 여행 중이라 여유롭고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이윽고 그녀는 차를 끌고 그를 외곽 마을로 데려간다.

목적지는 피렌체 근교에 있는 오래된 마을, 미술과 고대 건축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둘은 예술, 인생, 결혼, 진실과 거짓, 사랑의 본질에 대해 계속 대화를 나눈다.

 

처음엔 분명 낯선 남녀처럼 보이던 두 사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묘한 변화를 겪는다.

길을 걷다 우연히 한 카페에서 쉬게 된 두 사람은, 카페 주인아주머니에게 부부로 오해받는다.

그런데 이때 엘르는 그 오해를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결혼한 지 15년쯤 되었죠"라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둘의 대화 톤, 태도, 주제가 점점 현실 부부처럼 바뀌기 시작한다.

엘르는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내 감정을 무시하지” 라고 하며 불만을 토로한다.

제임스는 짜증 섞인 말투로 당신이 감정적이기만 하니까 그래라며 받아친다.

 

마치 이들이 정말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대화에는 지친 감정, 사랑과 실망, 희망과 포기가 섞여 있다.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이들은 정말 낯선 사이인가, 아니면 진짜 부부인가?*

 

엘르는 그를 데리고 어느 오래된 성당으로 향한다. 그곳은 과거에 그들이 결혼식을 올렸던 장소라고 주장한다.

엘르: “여기 기억나지 않아? 이 자리에서 우리가 사진도 찍었잖아.”

제임스는 처음엔 무슨 소리냐며 웃지만, 그녀의 감정이 진지하자 말문이 막힌다.

그는 더 이상 그것이 농담인지 진실인지, 혹은 그녀의 망상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둘은 성당 안에서 조용히 앉는다. 그리고 주제를 바꾸듯 다시 예술과 삶에 대한 철학적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대화의 밑바닥에는 과거에 대한 회상, 현재에 대한 실망, 미래에 대한 기대가 겹쳐져 있다.

 

해가 지고, 제임스는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

엘르는 그를 배웅하며 말한다. “당신은 오늘 처음으로 나를 봐줬어.”

제임스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방을 향해 올라간다.

엘르는 홀로 서 있고, 제임스는 거울 앞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의 등 뒤를 비춘 채 정지한다.

 

이 순간, 관객은 질문을 안고 영화관을 나서게 된다.

 

"이들은 진짜로 오랜 시간 함께했던 연인이었을까?"

"아니면 단 하루를 함께 보낸 두 낯선 예술가의 감정적 퍼포먼스였을까?"

 

 

 

 

 

3. 특징

 

◐ 원본’과 ‘사본’의 철학을 사랑의 관계에 투영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예술적 모사와 복제(카피)에 관한 철학적 질문*,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투영했다는 점입니다.

감독은 주인공 제임스의 책 Certified Copy의 주장을 바탕으로, 원본과 사본은 실제로 얼마나 다르며, 진정한 진실은 무엇인가 ? 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두 남녀의 관계 속에 삽입합니다.

 

처음 만난 것처럼 보이던 둘이, 점차 과거를 공유한 커플 또는 부부로 보이게 되는 전개.

사랑이라는 감정도 진짜냐, 연기냐, 혹은 과거의 반복이냐라는 질문을 던짐.

예술과 인간관계 모두, 본질은 느낌에 있고, 형태는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

 

이러한 구조는 감정의 미묘한 전이와 분위기에 초점을 두게 만듭니다.

 

◐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 설정

실제 커플인가? 즉흥적 역할극인가? 에 대한 답을 끝까지 주지 않음.

배우들의 연기 변화, 톤의 전환, 특정 대사의 반복 등을 통해 관계의 모호성을 강화.

카페 주인의 오해 이후, 영화의 분위기와 대화방식이 180도 전환되며, 관객의 인식을 흔듦.

 

키아로스타미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중간 지대를 즐겨 탐구한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도 *사실과 연기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관객에게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되돌아보게만 듭니다.만듭니다.

 

◐ 극도로 미니멀한 형식과 집중력 있는 연출

이 영화는 매우 정적인 구도로 촬영되었습니다. 카메라는 대부분 고정샷 또는 따라가는 롱테이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거의 모든 감정을 의존합니다.

 

배경은 아름다운 토스카나 시골이지만,  회화적을 강조하지  않고 현실적인 빛과 공간감을 유지하며,

음악도 거의 쓰이지 않으며, 감정 유도를 최소화 합니다.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만들지 않고, 작은 말 한마디, 표정 변화 하나로 정서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형식은 관객에게 강제적인 감정 몰입을 하지 않도록 하면서, 오히려 더욱 깊은 몰입을 유도합니다.

마치 우리가 실제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 줄리엣 비노쉬의 깊이 있는 연기

이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은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로 2010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엘르 캐릭터는 감정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인물로, 때로는 조용하고, 때로는 격렬하며, 모호하고 위태롭습니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연기하며, 관객에게 계속해서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상대역 윌리엄 시멀의 절제된 연기와의 대비도 탁월하며, 두 사람 사이의 진짜 같은 가짜 관계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줍니다.

 

 

4. 총평

사랑을 카피하다 서사적 구조보다 감정의 흐름 정서적 반전, 관계의 모호함에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 관계의 진정성과 시간은 어떻게 증명되는가를 탐구합니다.

 

이 영화의 정수는 바로 관계의 모호함에 있습니다.

초반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던 둘이, 중반부터는 기묘하게 부부처럼부부처럼 말하고 다투고 화해합니다.

관객은 이들의 과거가 진짜인지, 아니면 즉흥적인 역할극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감독은 이 모호함을 통해 인간관계와 사랑의 본질 이 실은 진실과 허구, 원본과 사본처럼 구분되지 않는 것임을 말합니다.

 

또한 , 모작도 원작처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미학적 전제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도 때로는 과거의 반복, 흉내, 기억의 편집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재현하며, 결국 어떻게 믿을 것인가를 조용히 질문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 편의 시처럼 감정과 개념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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