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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몽환적이면서도 잔인한 현실 속에서영혼의 연결을 그린 독특한 로맨스 영화 

 

 

1. 영화 개요

 

제목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원제- 몸과 영혼 그리고 사랑   (On Body and Soul)

장르 :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감독 : 일디코 엔예디

주연 : 게자 모르산이, 알렉상드라 보르벨리

개봉 : 2017년, 헝가리

 

2. 줄거리

영화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겨울 숲에서 시작된다. 눈 덮인 고요한 숲 속,, 두 마리의 사슴이 서로를 바라보며 걷는다.

암사슴과 숫사슴. 그들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조용하다. 말은 없지만, 서로에 대한 교감은 강렬하다.

그 장면은 매혹적이면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갑자기, 현실로 전환된다. 화면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의 *도축장*으로 바뀐다. 짐승의 울음, 기계 소리, 핏빛 액체.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작업을 이어간다.

여기서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 엔드레*: 도축장의 중간 관리자, 한쪽 팔에 장애가 있지만 항상 침착하고 인내심 있는 성격.

* 마리아*: 신입 품질관리관. 숫자에 예민하고, 사회적 접촉을 극도로 회피한다. 자폐적 성향을 지닌 그녀는 말투조차 기계적이다.

 

마리아는 새로 입사한 날부터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직원들은 그녀를 기이하다고 수군대고, 엔드레조차 그녀를 불편하게 느낀다. 하지만 마리아는 그 어떤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철저하게 규정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숫자 하나하나에 완벽을 기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 처음엔 불편함을 느끼던 엔드레도 조금씩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마리아는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하고,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메뉴를 시킨다. 심지어 포크와 나이프의 각도까지 일정하다. 엔드레는 그런 그녀에게 *질문을 던질 수 없는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다.

 

어느 날, 도축장에서 발생한 약물 도난 사건으로 인해 모든 직원들은 심리 검사를 받게 된다. 외부 심리학자가 방문해 전 직원에게 기억, 감정, 에 관한 질문지를 배포하고 면담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엔드레와 마리아 둘 다,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바로 영화의 첫 장면처럼, 눈 덮인 숲 속을 함께 걷는 사슴의 이야기.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두 사람은 말을 잃는다. 그리고 서로를 본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잠에서, 그들은 매일 함께 걷고 있었던 것이다.

 

엔드레는 이 신비한 연결을 통해 마리아에게 말을 건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커피를 제안하고, 점점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마리아는 감정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그는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지만, 마리아는 그것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마리아는 감정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극단적인 시도를 한다. 심리학 책을 읽고, 로맨스 영화도 보고, 자기 손을 베어 피가 나는 걸 확인하며 고통을 배우려 한다. 그리고 혼자 욕실에서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 연습을 반복한다.

반면, 엔드레는 천천히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들- 예컨대 고의적 자해나 감정 없는 말투- 에 점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둘의 관계는 미묘하게 깊어지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크다. 어느 날, 엔드레는 무심코 마리아의 행동을 “괴상하다”고 말한다.

그 말은 마리아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으로 감정을 배워가던 여정을 부정당한 것처럼 느끼고, 엔드레를 밀어낸다.

그 후, 마리아는 다시 자신의 껍질 속으로 들어간다. 전화번호를 지우고, 식습관도 더 엄격하게 조절하고, 다시 말 한마디 없이 하루를 보내는 삶으로 돌아가 버린다.

 

엔드레는 그녀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낀다. 그는 그녀가 없을 때 비로소, 매일 밤 꿈에서 함께 걷던 숲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떠올린다.

 

마리아는 어느 날, 감정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다. 욕실 바닥에 그녀가 쓰러져 있는 장면은 말 그대로 몸과 영혼이 갈라지는 순간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녀는 깨어난다. 죽음 직전에,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감정의 대상은 바로 엔드레.

 

그녀는 엔드레의 집으로 찾아간다. 이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그의 앞에 선다.

엔드레는 그녀를 보고 천천히 손을 내민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처음으로, 꿈이 아닌 현실에서.

 

마지막 장면은 침대 위에서 함께 누워 있는 두 사람. 마리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카메라는 천천히 그들을 비추며 위로 올라간다. 창밖에는 새벽빛이 들어오고, 배경에는 미묘한 음악과 함께 다시 한번 숲 속의 사슴 장면이 떠오른다.

 

이제 그들은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같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3.특징

 

◐ 몽환적이면서 현실적인 이중 구조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매일 밤 같은 꿈을 공유한다는 설정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 내면의 세계를 탐구한다.

꿈속에서는 사슴과 암사슴이 눈 덮인 숲 속을 거닐고, 현실에서는 도축장에서 일하는 남녀가 어색하고 단절된 관계 속에서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선다.

이 대비 구조는 매우 몽환적이지만, 실은 심리적 치유와 인간관계 회복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 침묵과 감정의 미세한 진폭

감독은 등장인물의 감정을 대사보다는 표정, 눈빛, 몸짓 등으로 섬세하게 전달한다. 주인공 마리아는 자폐 성향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되며, 일상에서의 감정 표현이 어렵다. 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미묘한 변화들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주 조금씩 드러나고, 이를 통해 관객은 점점 더 그녀의 내면에 공감하게 된다.

음악이나 음향 효과 사용을 최소화, 감정의 폭발보다는 절제와 반복을 통한 공감을 유도한다.

 

◐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낸 사랑의 회복

같은 꿈을 꾼다는 설정은 곧 영혼의 연결을 상징한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단절된 두 사람이 꿈속에서는 연결되어 있고, 점차 현실에서도 서로를 인식하며 회복을 시작한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인의 단절된 감정 상태를 지적하며, 궁극적으로는 타인과의 연결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사슴은 인간 본성의 순수성과 불안함을 상징, 도축장은 감정이 억압되고 죽어가는 사회를 은유.

꿈속에서의 자연은 감정이 자유로워지는 공간을 말한다.

 

 

4. 총평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외롭고 불완전한 두 존재가 무의식의 세계에서 연결되어 현실로 이어지는 과정을 몽환적으로 풀어낸 영화다.

감정이 메마른 듯한 세계에서, 말보다 꿈과 상징으로 교류하는 구조가 독창적이다.

감독은 폭력적 공간(도축장)순수한 꿈(사슴)의 대비를 통해 몸과 영혼, 육체와 감정의 간극을 꾸준히 탐구한다.

톤과 분위기, 음악, 연출 모두 절제된 미학 속에서 잔잔하게 감정을 밀어낸다.

 

이 영화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감정의 언어가 아닌 , 영혼의 언어로 사랑을 말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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