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더그라운드 》 줄거리, 특징, 총평

 

유럽 현대사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웃기지만 눈물이 나고, 황당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1. 영화 개요

 

제목 : 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

장르 : 드라마, 코미디, 판타지, 전쟁

감독 : 에밀 쿠스트리차

주연 : 미키 마노일로비치, 라자르 리스토프스키, 미르야나 요코비치, 스라브코 슈티마츠

개봉 : 1995년 , 프랑스, (유고슬라비아, 프랑스, 독일, 헝가리 - 합작품)

2. 줄거리

이야기는 1941년 유고슬라비아, 제2차 세계대전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서 시작된다.

나치 독일이 베오그라드를 폭격하는 장면은 전쟁의 공포를 단숨에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이 혼란 속에 두 명의 친구가 등장한다.

'마르코'와 '블라키', 이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며 무기를 숨기고, 파티잔을 지원한다.

마르코는 지적이고 교활한 인물이며, 블라키는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나치의 점령에 저항하면서 지하실에서 무기 공장을 운영하며 투쟁한다. 이들은 마르코의 도움으로 나치에 쫓기던 블라키와 그의 가족, 동지들을 한 대저택의 지하로 피신시킨다. 마르코는 지하에 피신한 사람들에게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밖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속이며 이들을 계속 지하에 가둔다.

 

지하는 점점 하나의 작은 사회로 진화한다. 사람들은 마르코가 전해주는 전쟁 상황에 따라 무기를 만들고, 아이를 낳고, 결혼식을 하고, 죽음도 겪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은 끝났고, 세상은 평화로워졌으며 마르코는 지상에서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었다.

 

마르코는 블라키의 아내가 될 뻔했던 여배우 나탈리야와 관계를 가지며 블라키를 철저히 배신한다.

나탈리야는 처음엔 마르코를 불신하지만, 결국 권력과 안정을 택한다. 블라키는 여전히 지하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존재하며, 마르코가 주는 모든 정보를 진실로 믿고 살아간다.

 

한편, 지하에서 태어난 블라키의 아들은 ‘요반’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나며, 지하의 세계를 전부로 인식하고 살아간다. 지하인들은 완전한 환상 속에서 세월을 보내며, 현실과 단절된 '가짜 전쟁'의 세계에 산다. 마르코는 그들을 이용해 무기를 팔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며 한 세대에 걸쳐 지하인들을 철저히 속인다.

 

수십 년이 흐르고, 어느 날 지하에서 만든 탱크가 폭발하면서 땅 위로 나오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블라키와 몇몇 동지들은 처음으로 지상의 빛을 보게 되고, 낯선 세계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마르코는 이들을 막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시도하며, 이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블라키는 지상에 올라온 후 한 결혼식 장면을 목격한다. 그 결혼식은 바로 나탈리야의 결혼식이다. 나탈리야는 마르코와 함께 하고 있었고, 블라키는 그녀가 살아 있으며, 자신이 속았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격분한 블라키는 결국 나탈리야를 죽이고, 혼란에 빠진 마르코와 격렬한 대립을 벌인다.

 

블라키와 마르코는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운 후, 전쟁터 같은 혼돈 속에서 함께 떠나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이 시점에서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 혼란은 곧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반영하는 구조로 기능한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 편의 몽환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블라키와 마르코는 강가에서 재회하며 옛 시절을 회상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들은 술을 나누며 웃는다. 이어지는 장면은 유고슬라비아의 한 조각 땅이 큰 강의 물살에 의해 떨어져 나가면서 영화는 환상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 장면은 민족 분열과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비극적인 종말을 상징한다.

 

 

 

 

 

 

3. 특징

◐ 역사와 허구의 융합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 유고슬라비아 내전까지 50년 이상의 세월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이 결합된 거대한 * 우화*로 구성된다.

실제 역사 속 사건(예: 나치 점령, 티토 정권, 내전 등)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과장된 인물과 상황 속에 녹여 허구의 진실로 재해석한다. 이로써 영화는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허구 속의 진실’을 관객에게 던진다.

◐ 지하 공간의 상징성 

지하는 단순한 피난처가 아닌, 전체주의 체제와 선전의 우화적 공간이다.

마르코는 지도자를 자처하며 정보를 통제하고 사람들을 현실에서 단절시킨다.

이는 독재 정권 하에서 언론과 정보를 통제하고, 대중을 ‘거짓된 현실’ 속에 가두는 방식과 유사하다.

지하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세상을 전쟁으로만 인식하고 자라는 모습은, 특정 이데올로기 안에서만 교육받은 세대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음악과 리듬이 이끄는 이야기의연속

영화의 전개는 전통적인 서사보다 음악의 리듬과 감정에 기반하여 전개된다.

 고전 음악 대신, 생동감 넘치는 집시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며, 하나의 브라스 밴드가 이끄는 오페라처럼 느껴진다.

이 음악은 전쟁과 혼돈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유고슬라비아인의 강한 생명력과 아이러니한 유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환상과 현실의 경계 없음

관객은 어느 순간부터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지하와 지상, 과거와 현재,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며, 이 모든 혼란은 곧 발칸반도의 정치적 혼란과 정체성의 혼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유고슬라비아의 땅 한 조각이 강물에 의해 떨어져 나가는 환상적 장면은, *국가 해체*라는 역사적 현실을 상징한다.

◐  복잡한 인물 관계와 다층적 메시지

주인공 마르코와 블라키는 단순한 친구가 아닌, *이념과 권력, 배신과 우정, 민족과 정치의 복합적 상징*이다.

* 마르코는 지배자이자 선동가로, 정치적 야망을 위해 친구와 민족을 모두 속이는 인물이다.

* 블라키는 순수한 저항가이지만, 어쩌면 무지한 ‘대중’의 은유일 수도 있다.

* 나탈리야는 권력에 기생하는 예술인으로, 자유와 진실보다는 안정을 택한 타협의 상징이다.

 

이들의 관계는 곧, 유고슬라비아의 수많은 정치적, 민족적 분열의 역사적 은유이자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는다.

 

 

4. 총평

《언더그라운드》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이자 철학적 성찰이며, 시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유고슬라비아의 역사적 자화상이다.

 

 현실과 허구, 역사의 진실과 왜곡을 교차시키며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전개된다. 또한 영화 내내 반복되는 음악, 이동형 브라스 밴드, 동물들( 원숭이와 당나귀)의 등장 등은  유머와 풍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두 친구의 배신과 화해를 그린 서사가 아니라,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의 정치적 이념, 민족 간 분쟁, 역사적 상처와 그 왜곡을 깊이 있게 다루며, 한 편의 거대한 우화로 읽히기도 한다. 

영화는 전쟁, 권력, 배신, 우정, 그리고 민족주의라는 테마들을 상징과 환상을 통해 전달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역사는 누구에 의해 쓰이는가를 묻는다.

또한 현실 속 ‘거짓’과 ‘이념의 조작’이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어떻게 지배하고 파괴하는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관객은 지하 공간에서 갇힌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거짓된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그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고, 답 없는 질문들을 던지며, 혼돈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자체를 그려낸다.

 

마치 현실이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언더그라운드’인 것처럼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