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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사와 미술 교생의 밀고 당기는 감정 속에서, 사랑과 욕망, 관계의 주도권이 뒤섞이는 연애 심리를 그린 영화.
1. 영화 개요
제목 : 연애의 목적
장르 : 멜로, 로맨스
감독 : 한 재 림
주연 : 박 해 일, 강 혜 정
개봉 : 2005년 , 대한민국
2. 줄거리
비가 내리는 6월의 초여름.
서울 외곽의 한 중학교. 비 내린 운동장, 젖은 교정, 조용한 교무실에 앉아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는 한 남자.유림.
30대 초반, 중학교 영어 교사. 학생들과 거리감이 있고, 동료 교사들과도 적당히 선을 두며 지내는 인물.
성실하지만 열정이 없고, 친절하지만 진심은 없다. 무기력함, 냉소, 그리고 일상을 맴도는 루틴. 그게 유림의 삶이다.
그런 그의 세계에 예상치 못한 침입자가 등장한다.
이름은 홍정인. 같은 학교에 실습을 나온 미술 교생, 나이는 20대 중반.
자신감 넘치는 말투, 뾰족한 농담, 웃으면서 튕기고 찌르는 말투가 인상적이다.
첫인상부터 유림은 그녀가 귀찮다’고 느낀다.
너무 밝고, 너무 솔직하고, 자신이 감추고 사는 감정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추는 사람 같아서.
하지만 이상하다. 그녀가 눈에 밟힌다.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얽히는 것도 아닌 사이였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교무실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복도에서 그 특유의 콧소리를 섞은 웃음이 들릴 때,
유림의 시선은 알게 모르게 그녀를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인은 수업 준비를 하며 유림에게 슬쩍 묻는다.
“선생님은 왜 영어 가르치세요? 그냥… 질문이요.”
무심한 듯 툭 던지는 그녀의 말에 유림은 당황한다. 그는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저 ‘하니까 하는 것’인 삶에 대해, 누군가 의미를 묻는다는 것이 불편하고도 신선하다.
며칠 후, 회식 자리. 술이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인은 유림 옆에 앉아 말한다.
“선생님.. 여자친구 없죠?”
유림은 놀란 듯 웃으며 되묻는다.
“왜, 연애라도 하게?”
정인은 웃으며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게 될지도.”
그리고 그날 밤, 둘은 우발적으로 키스를 나눈다.
잠깐의 침묵, 어색한 숨소리, 그리고 정인의 뺨에 닿은 유림의 입술.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쉽게 넘어버린 선.
그날 이후, 유림은 혼란에 빠진다.
그녀가 그날 키스를 기억하는지, 혹은 무시하는지 알 수 없다. 정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듯 행동한다.
오히려 더 장난스럽고, 더 가까워진 듯한 말투.
그러나 유림은 확신이 없다. 그녀의 진심이, 감정이, 어디까지인지.
관계는 점점 깊어진다.
우연한 퇴근길 동행, 주말에 혼자 마시던 술자리에 정인이 합석하면서,
연애 비슷한 무언가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관계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정인은 늘 도망갈 여지를 남긴다.
“그냥 좋은 시간 보내는 거지 뭐”라고 말하면서도,
유림이 멀어지려 하면 “어디 가세요?”라며 붙잡는다.
유림은 그녀의 밀고 당기는 태도에 점점 지쳐간다.
그의 감정은 점점 집착과 혼란으로 변한다.
정인이 다른 남자 교사와 웃고 있으면 괜히 시비를 걸고,
정인이 연락을 늦게 하면 괜히 화를 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무너지듯 고백한다.
“나… 너 좋아해. 그냥, 그런 거 말고. 진짜로.”
그러나 정인의 반응은 차갑다.
“왜 진짜는 너만 있어?
난 아니면 안 돼?”
그녀는 말한다.
“선생님, 내가 그 키스 안 받았으면, 그날 이후 말도 안 섞었을 거잖아요.”
유림은 할 말을 잃는다.
그녀가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 관계가, 자신에게는 왜 이렇게 무겁고 아픈지.
그러던 어느 날,
정인은 실습이 끝나고 학교를 떠난다. 작별 인사도, 연락처도 없이.
유림은 그녀가 남긴 작은 흔적들 , 연필 한 자루, 공책 한 장 을 바라보며
텅 빈 듯한 일상을 견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어느 거리의 횡단보도에서,
정인이 다시 나타난다.
그녀는 말한다.
“선생님, 아직 혼자예요?” 유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정인은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그땐 재밌었어요. 우린 참 진지했죠.”
카메라는 멀어진다.
그들의 뒷모습은 평행선처럼 나란히 걷고 있지만,
그 거리는 가까워질 듯 말 듯,
다시 시작될 듯 말 듯.
3. 특징
◐ 현실적인 연애 심리 묘사
이 영화는 이상화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애매한 시작’, ‘확신 없는 감정’, ‘확실하지 않은 관계’의 흐름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밀고 당기기,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 두려움, 계산, 도망 .
현실 연애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 권력과 감정의 교차점: 교사와 교생이라는 설정
‘교사와 교생’이라는 구조는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심리적 긴장을 유도합니다.
나이, 사회적 지위, 성숙도에서 오는 불균형 속에서도
정인이 감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은 이 관계를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관계 안에서 권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감정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보여주는 섬세한 설정입니다.
◐ 등장인물의 뚜렷한 대비와 내면 드러내기
유림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 방어에 익숙한 인물.
정인은 겉보기엔 가볍고 자유분방하지만 내면은 더 단단하고 냉정합니다.
처음에는 유림이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인이 더 성숙한 시선으로 관계를 통제합니다.
이 대조는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더 선명해지며 감정적 깊이를 더합니다.
◐ 형식보다 본질을 파고드는 대사와 연출
화려한 장면 없이도 인물 간의 대사와 침묵, 시선의 흐름만으로도 감정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특히, 농담처럼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를 흔들고,
진지한 고백이 오히려 상대를 밀어내는 장면들에서,
사랑은 감정이 아닌 타이밍임을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 엔딩의 여운: 확실한 결말 대신 열린 감정
이 영화는 해피엔딩도, 명확한 이별도 아닙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인과 유림이 다시 만나는 순간,
그들은 여전히 감정을 갖고 있지만 서로가 조심스럽습니다.
관계의 끝이 아닌, 감정의 여운만 남기는 방식은 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4. 총평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걸까?”
“우리는 왜 사랑을 시작하고, 왜 끝낼 수밖에 없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유동적이고, 인간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유림은 처음에는 연애를 게임처럼 접근합니다.
호기심, 욕망, 자존심이 뒤섞인 감정으로 정인에게 다가갑니다.
하지만 정인은 그 감정의 ‘진짜 무게’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쉽게 주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늘 한 발짝 뒤에서 전체를 보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간의 축적이다.”
유림은 그걸 너무 늦게 배웠고,
정인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감정은, 고백도 조용하고, 이별도 잔잔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미세한 감정의 떨림은 오히려 현실적인 울림을 더 크게 만듭니다.
연애의 목적은 ..
"상대를 갖기 위한 것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과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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