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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색, 블루

 

 

우연히 만난 파란 머리 화가와의 격정적인 사랑과 이별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을 깨닫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가장 따뜻한 색, 블루 (La Vie d'Adèle)

장르 : 드라마 (레즈비언 로멘스)

감독 : 압델라티프 케시시

주연 : 레아 세이두, 아델에그 자르코풀로스

개봉 : 2014년, 프랑스

2. 줄거리

수업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걷는 소녀, 아델.

갈색 머리카락이 얼굴 옆으로 부드럽게 떨어지고, 귓가로 흐르듯 속삭이는 바람결에도 묘한 감정이 스민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듯, 또 모르는 듯 걷는다. 삶은 그저 흘러가고, 그녀는 그 물살을 따라 휩쓸리고 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아델의 눈에 띈 것은 파랗게 빛나는 머리카락이었다. 한순간의 스침이었다.

짧은 눈빛, 짧은 마주침. 그런데도 그 머리카락은 마치 도장처럼 그녀의 시야에 찍혀버렸다.

시선은 계속 그 파란 머리칼로 돌아가고, 머릿속은 자꾸만 그 이미지로 가득 찬다.

이름조차 모르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여인이지만

그때부터였다. 아델의 삶이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평범한 관계처럼 보이는 연애.

소년과의 데이트. 입술을 맞추고, 어색한 손길을 허락한다. 그러나 어딘가 비어 있다.

그의 체온이 닿는데, 마음은 여전히 차갑다. 그 차가움은 점점 확신이 되어간다.

그것은 결핍이며, 결핍은 곧 갈망이 되어 그녀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파란 머리칼.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

 

어느 날 밤, 친구를 따라 게이바에 들어간다. 머뭇거리고, 눈치를 본다. 그곳에서 아델은 그 여인을 다시 만난다.

선명한 파란 머리카락. 그녀는 엠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화가이며, 강한 인상과 또렷한 시선,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사람.

엠마의 말투는 부드럽고, 눈빛은 진하다. 아델은 자연스럽게 끌린다. 오히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만남은 갑작스러웠지만 자연스럽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웃고, 예술과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스며든다.

아델은 엠마의 세계를 통해 다른 삶의 문을 연다.

화실, 그림, 철학, 독립적인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 처음이었다.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내면의 감정을, 엠마는 자연스럽게 끌어냈다.

 

그리고 사랑이 찾아온다. 격정적으로. 불꽃처럼. 그 날, 그 방, 그 시선.

침묵 속에도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손끝 하나하나에 의미가 실린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몸을 맡기고, 서로를 탐색하며, 존재를 확인한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마치 유일한 우주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서로의 호흡, 목소리, 땀 냄새까지 사랑이 되어 흘러간다.

 

시간이 흐른다. 엠마는 점점 자신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게 되고, 아델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생활은 안정되지만, 감정은 언제나 그러하지 않다. 엠마는 철학적이고, 지적이며, 예술적 고독을 즐긴다.

반면 아델은 단순하고, 따뜻하고, 사랑을 통해 존재를 느낀다. 그 간극이 천천히 균열을 만든다.

 

아델은 불안하다. 엠마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점점 더 매달린다.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그 갈망은 점점 무거운 부담이 되어 엠마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든다.

결국, 아델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엠마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모든 것이 무너진다.

 

엠마는 침묵하고, 냉정하다. 눈물도 없고, 분노도 없다. 그저 이제는 끝났다고 말할 뿐이다. 아델은 무너진다.

주저앉아 울고, 붙잡지만, 엠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한순간 불처럼 타올랐지만, 타오른 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른다. 아델은 홀로 남는다. 그녀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조용히 책을 읽고, 가끔 거리를 걷는다.

아주 가끔, 엠마를 다시 만나기도 한다. 예전처럼 웃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지만모든 게 예전 같지는 않다.

엠마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아델은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마지막 장면. 아델은 전시회장에서 엠마를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엠마의 그림 앞에서 감탄한다. 엠마는 웃고, 다른 사람과 어울린다.

아델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본다. 조용히. 천천히 전시장을 빠져나간다.

그녀의 뒷모습에는 후회, 슬픔, 그리움, 그리고 조금의 해방감이 담겨 있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변화하고, 상처받고, 성장한 소녀.

영화는 끝났지만, 아델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걸어간다.

 

여전히 자신을 찾는 길 위에 있다.

 

 

 

 

3. 특징

◐ 리얼리즘 연출의 정점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특유의 핸드헬드 카메라와 클로즈업 중심의 촬영으로, 인물의 표정과 감정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인위적이지 않은 대사와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 덕분에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  파격적이지만 섬세한 러브신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여성으로, 레즈비언 로맨스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많은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201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두 주인공의 육체적 관계는 자극적인 장면을 넘어서, 감정의 교차점과 내면의 갈망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단순한 관능이 아닌 감정의 언어로서 기능하는 점이 인상 깊다.

 

◐  자기 정체성과 사랑의 충돌

아델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탐색하는 과정을 중심에 두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시선, 개인의 갈등, 연애의 무게감이 촘촘히 엮여 있다.

 

◐  색감의 상징성 블루

엠마의 파란 머리는, 아델의 변화, 욕망, 슬픔, 그리고 자유를 상징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색의 감정적 쓰임이 인상 깊다.

 

 

4. 총평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동시에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조용한 폭력처럼 보여준다.

첫눈에 반한 파란 머리카락은 운명이 되고, 그 운명은 곧 불안과 결핍으로 바뀌어 주인공을 휘감는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그 사랑을 잃고, 그 상처로 인해 조금씩 자라나는 한 사람의 초상이다.

 

감정은 때때로 말보다 강하고, 침묵 속의 눈빛은 대사보다 더 많은 걸 말한다.

이 영화는 그런 순간들로 가득하다.

격정적인 사랑, 찢어지는 이별, 그리고 그 뒤에 남은 허무함.

하지만 그 허무함 속에서 결국 사람은 살아간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흔들리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사랑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가장 솔직한 길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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