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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사회의 부패와 관료주의를 한 남자의 송금 수표 수령 과정을 통해 현실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
1. 영화 개요
제목 만다비
장르: 드라마
감독 : 우스만 셈벤
주연 : 마크호레디아 구에예, 이노스 엔디아예, 이세우 니앙
개봉 : 1968년, 프랑스, 세네갈
2. 줄거리
한낮, 다카르의 햇빛은 벽을 따라 희게 쏟아진다. 건물 외벽은 누렇게 바래 있고, 가로수 그늘이 길바닥에 얼룩처럼 드리운다.
화면은 천천히 좁은 골목길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모래를 차며 달리고, 옆에서는 여인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천천히 걷는다.
어느 낡은 문 앞, 노란색 페인트가 벗겨진 철문이 삐걱거린다. 그 문을 밀고, 마르히르가 나온다. 얼굴 가득 구레나룻을 기른 사내. 검은색 바바리코트 자락을 끌며 천천히 움직인다. 몸짓이 느리고, 표정은 단단하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집 앞에 앉는다. 집 안에서는 아내 아민타가 커다란 솥을 젓고 있다. 부엌 안은 덥고, 연기 냄새가 가득하다.
아민타는 남편에게 뭐라고 부르지만, 마르히르는 대꾸 없이 천천히 담배를 문다.
그때, 마르히르 앞에 우편배달부가 나타난다. 흰 복장, 작은 가방. 그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내민다. 누렇게 바랜 편지 봉투, 위에 프랑스 우표가 붙어 있다. 마르히르는 무심하게 받아들고 가만히 뜯어본다.
화면이 편지로 클로즈업된다. 읽을 줄 모르기에 그는 바로 아민타를 부른다. 아민타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편지를 받아 읽는다.
그의 조카 압두가 프랑스에서 보낸 것이다.
고향으로 돈을 부쳤다고, 은행에 가서 찾으라고. 아민타는 읽으며 놀라 눈을 크게 뜬다. 거액이다.
다카르 시내 은행 앞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마르히르는 바바리 코트를 여미고 은행 문 앞에 선다.
은행 벽은 하얗고 깨끗하다. 안에서는 양복 입은 사람들이 오가고, 선풍기가 천장에 돈다.
마르히르는 불안한 얼굴로 은행 창구 앞에 선다. 종이봉투를 꺼내 들고, 은행 직원에게 건넨다.
은행 직원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뭐라 한다. 마르히르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뒤에 줄 선 사람들이 그를 밀어낸다.
은행 직원은 다시 서류를 내밀고, 서명하라고 손짓한다. 마르히르는 서명을 할 줄 모른다. 볼펜을 손에 쥐고도 한참을 머뭇거린다.
화면은 마르히르의 손을 비춘다. 굵고 투박한 손가락. 볼펜 끝을 대고, 천천히 이름을 쓰는 대신 엉성한 기호를 그린다.
마르히르는 돈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흰 봉투 안에 두툼하게 쌓인 지폐. 아민타와 함께 봉투를 열어 지폐를 펼친다.
두 사람은 말없이 돈을 바라본다.
처음 보는 큰돈. 아민타의 눈빛엔 약간의 불안과 기쁨이 동시에 떠오른다.
곧 마르히르는 이웃 사람들을 부른다.
동네 남자들, 친구들. 모두들 마르히르의 집 앞에 앉아 보드카 잔을 나누고, 담배를 피우며 돈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는 건축 재료를 사라고 하고, 누군가는 새 가구를 들이라고 조언한다.
마르히르는 아무 말 없이 잔을 기울인다. 돈이 생겼어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겁다.
며칠 후, 마르히르는 양복점으로 간다. 새 양복을 맞추기 위해. 양복점 안, 진한 색 천이 벽에 걸려 있고, 재단사가 줄자로 그의 몸을 잰다. 마르히르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흰 셔츠를 입고, 천을 어깨에 걸친 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다.
새 양복을 입고, 마르히르는 다시 거리로 나온다. 구두를 번쩍번쩍 닦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시계를 고른다.
금색 손목시계. 그는 시계를 손목에 채워 본다.
천천히 손목을 돌리며, 눈길은 거울 너머로 향한다.
화면은 점차 집 안으로. 아민타는 방 안에서 쌀과 물을 챙기고 있다.
마르히르는 친구들과 밖에서 또다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아민타는 그런 남편을 멀리서 바라본다. 말없이, 주름진 손으로 치마를 쥐고 선다.
그날 밤. 집 안. 전깃불 아래, 마르히르는 돈을 다시 세고 있다. 아민타는 한쪽에서 남편을 지켜본다.
갑자기 마르히르가 얼굴을 찡그린다. 돈이 부족하다.
잃어버렸는지, 누군가 가져갔는지 알 수 없다.
마르히르는 화를 내고,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거리로 나와 친구들의 집을 찾아가지만, 모두 문을 닫았다.
깜깜한 밤, 그는 술에 취한 얼굴로 골목길을 헤맨다.
화면은 그의 그림자를 좇으며, 긴 롱테이크로 뒤따른다.
다음 날 아침. 시장 거리. 닭 울음소리와 함께 마르히르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얼굴은 부은 채, 아민타는 조용히 그를 맞는다.
둘은 말없이 마루에 앉는다.
카메라는 천천히 그들을 둘러싼 벽과 천장을 비춘다.
흙벽, 금이 간 창틀, 삐걱거리는 문짝. 돈은 남지 않았다.
마르히르의 손에는 이제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
마지막 장면. 조카 압두가 보내온 그 편지 봉투만, 벽 모서리에 말없이 붙어 있다.
아민타는 작은 수건을 들고 바닥을 닦는다.
마르히르는 집 앞 의자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본다.
흰 셔츠 자락이 바람에 조금 흔들리고,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카메라는 마르히르의 등을 뒤에서 비추며 점점 멀어진다. 집과 거리, 마을 전체가 작게 보인다.
어느새 다시 아이들이 골목길을 달리고, 여인들이 물동이를 이고 걷는다.
마르히르는 그대로, 먼 하늘만 바라본다.
3. 특징
◐ 서아프리카 최초의 월로프어 영화
《만다비》는 서아프리카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프랑스어 대신 세네갈 토착 언어인 월로프어를 주요 대사로 사용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다. 이는 식민지 잔재에서 벗어나 자국 문화와 정체성을 영화로 표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으며, 아프리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송금 수표 한 장으로 보는 사회 구조
영화의 중심 사건은 주인공이 해외에서 온 송금 수표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작은 사건을 통해 세네갈 사회의 부패, 관료주의, 무지, 종교적 위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개인의 작은 일상과 국가적 구조의 모순이 교차하는 구성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깊이를 부여한다.
◐ 사회 풍자와 현실주의 스타일
셈벤 감독 특유의 사회 풍자적 시선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주인공이 송금을 현금화하기 위해 온갖 절차와 사람들을 거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일상적 풍경을 사실적인 연출로 담아내어 현실적이고 씁쓸한 인상을 남긴다.
◐ 간결한 내러티브와 깊은 상징성
수표라는 작은 물질적 상징이 인간의 욕망, 부패,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모두 내포하고 있으며, 감독은 복잡한 주제를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으로 풀어냈다.
4. 총평
『만다비』는 프랑스에서 온 송금 한 장을 찾기 위해 주인공이 겪는 비합리적이고 모순된 관료 시스템을 통해,
서구 식민주의는 떠났지만 이후 독립 국가의 부패한 관료제와 사회 시스템이,
가난한 민중을 여전히 억압하고 소외시키고 있슴을 고발하고 있다
감독은 문맹과 종교, 전통에 기대 사는 민중의 무기력함도 함께 비판하며, 아프리카 사회가 진정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1960년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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