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과 운명, 시대의 억압 속에서 끊임없이 추락하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여성의 존엄과 인간성의 상실을 고발한 비극적 서사. 1. 영화 개요제목 : 오하루의 일생 (西鶴一代女)장르 : 드라마감독 : 미조구치 겐지주연 : 다나카 키누요, 미후네 도시로개봉 : 1952년, 일본2. 줄거리어두운 절 안.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울린다. 나무로 된 기둥 사이, 작은 불빛 하나. 초의 끝에서 깜빡이는 불꽃. 그 옆, 한 여인이 얼굴을 가린 채 무릎 꿇고 앉아 있다. 거칠게 마른 손, 흰 소맷자락,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바로 오하루다. 여인의 얼굴에는 세월의 그림자가 깊다. 볼은 움푹 파였고, 눈빛은 마치 오래된 거울처럼 흐리다. 초 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흔들린다. 화면은 오하루의..

사랑과 우정, 자유와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 남녀의 아름답고도 슬픈 관계를 섬세하게 그린 영화. 1. 영화 개요제목 : 쥘과 짐 (Jules et Jim) 장르: 로맨스, 드라마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주연: 잔느 모로, 오스카 베르너, 앙리 세르개봉 : 1962년, 프랑스2. 줄거리파리, 1912년.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있다.쥘(오스카 베르너)은 오스트리아 출신. 내성적이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청년이다.짐(앙리 세르)은 프랑스인. 자유로운 영혼,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이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통했다. 밤새도록 카페에서 책과 시, 그림,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들은 종종 여자들에 대해 토론한다. 쥘은 안정적인 사랑을, 짐은 자유로운 연애를 꿈꾼다. 그러던 어..

1960년대 브라질의 현실, 가난과 부조리, 그리고 민중의 저항을 마치 서사시처럼 담아낸 작품 1. 영화 개요제목 : 죽음의 안토니오 (Antônio das Mortes) 장르 : 서부극감독 : 그라우버 로샤주연 : 오손 바스토스, 휴고 카바나개봉 : 1969년 , 프랑스, 브라질 2. 줄거리짙은 붉은 하늘 아래, 황량한 브라질 북동부 대지. 먼지가 자욱한 길 위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간다.그 이름은 안토니오.그는 한때 전설적인 ‘캉가세이루(무장 게릴라)’ 사냥꾼이었고,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죽음의 안토니오’로 불린다. 카메라는 안토니오의 거칠고 주름진 얼굴을 비춘다.그의 눈빛은 과거 수많은 죽음과 폭력을 목격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손에는 낡은 라이플 한 자루. 그가 다시..

사랑의 시작과 끝, 기대와 실망, 두 사람 사이에 쌓이는 공기 같은 감정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 1. 영화 개요 제목 : 애니 홀 (Annie Hall) 장르 : 코미디감독 : 우디 앨런주연 : 우디 앨런, 다이안 키튼, 토니 로버츠개봉 : 1977년, 미국 2. 줄거리 뉴욕의 거리. 붐비는 인파, 택시의 경적 소리, 회색빛 건물들 사이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온다.짙은 안경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어깨를 잔뜩 움츠린 모습.그가 바로 앨비 싱어(우디 앨런).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하지만 그의 진짜 직업은 세상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걱정하는 사람이다. 카메라 앞에 선 앨비는 관객을 바라보며 말을 건다.“내 인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불행한 쪽, 그리고 비참한 쪽.”그의 특유의 자..

인간 존재와 부성(父性)에 대한 깊은 불안을 초현실적 이미지와 음울한 분위기로 풀어낸 악몽 같은 영화. 1. 영화 개요제목 : 이레이저헤드 (Eraserhead)장르 : 판타지감독 : 제이비드 린치주연 : 잭 낸스, 샬로트 스테워트개봉 : 1978년 , 미국2. 줄거리검은 화면 위로 정적이 흐르고, 서서히 기괴한 노이즈와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주인공 헨리 스펜서(잭 낸스)가 등장하기 전, 관객은 마치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이 공간은 우주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계의 내부처럼 보이기도 한다.그 안에서 기형적인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어딘가에선 이상한 기계 장치가 윙윙거린다. 곧 화면은 헨리 스펜서로 전환된다.그는 어깨까지 오는 곱슬머리에 헐렁한 정장을 입은 채, 삐걱거리는 낡은 아파트로..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이 아픈 이유는 , 실패해서가 아니라 미처 끝나지 않는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1. 영화 개요제목 : 건축학 개론장르 : 멜로, 로맨스감독 : 이 용 주주연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개봉 : 2012년, 대한민국2. 줄거리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어느 날, 서연은 오래된 건축 사무소 문을 조용히 연다. 낯선 공간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기운이 감돈다. 그곳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할지도 모를 남자, 승민이 앉아 있다. 그녀는 묻는다."혹시, 저 기억나세요?" 1990년대 말. 스무 살, 대학교 1학년.서울 상경 후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서툰 건축학과생 승민은 교양 수업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을 처음 만난다. 서연은 음악을 좋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여학생. 그녀의 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