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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두 개의 독립적인 사랑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묶어 전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멜로 영화입니다.

 

 

1. 영화 개요

 

제목 : 중경삼림(重慶森林)

장르 : 드라마, 멜로

감독 : 왕가위

주연 : 임청하, 양주위, 왕페이, 금성무

개봉 : 1994년 , 홍콩

2. 줄거리 

《중경삼림》은  두 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편에 담고 있습니다. 

◐ 223번 경찰 – "나는 오늘 그녀가 내게 돌아올 수도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경찰번호 223번인 허치우(금성무 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41, 만우절에 여자친구 메이에게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한 채, 매일같이 그녀가 좋아하던 유통기한이 5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읍니다. 이는 그녀를 기다리는 그의 일종의 의식이자 애틋한 기억의 표현입니다.

그는 정한 날짜인 51일까지 그녀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만약 그날까지 그녀가 돌아오지 않으면 사랑을 포기하기로 결심하죠. 그날 밤, 그는 바에 가서 낯선 여성과 술을 마시게 됩니다. 그 여인은 금발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를 낀 미스터리한 마약 밀매 여인(임청하 분)입니다. 그녀 역시 자신을 배신한 동료들로 인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우연히 경찰 223번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 밤은 육체적인 관계보다는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잠드는 위로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허치우는 일어나자마자 그녀에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마음까지래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감정과 이별의 아픔을 인정하며 홀로 떠나게 됩니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삶의 공허함과 잠시 스쳐가는 인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도시 속 외로움에 대한 섬세한 시선으로 마무리됩니다.

◐ 663번 경찰 – "비행기처럼 마음도 착륙해야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경찰번호 663번인 양조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승무원 여자친구(주가령 분)에게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그녀는 편지를 통해 이별을 고하지만, 그는 그것을 외면한 채 편지조차 제대로 읽지 않고 가게에 두고 다닙니다.

그가 자주 찾는 패스트푸드점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는 새로운 점원 페이(왕페이 분)’가 일하게 됩니다. 자유롭고 엉뚱한 성격의 페이는 경찰 663번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가 없는 사이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거나, 음악을 틀고 시간을 보내는 행동을 하며 그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이 모든 행동은 몰래 이루어지지만, 그녀의 애정은 매우 순수하고 유쾌합니다.

경찰 663번은 처음에는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의 마음도 점점 변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페이의 행동을 눈치채게 되고, 그녀의 진심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페이는 갑자기 여행을 떠나며 그와의 관계에 일종의 쉼표를 찍습니다.

페이는 1년 후 다시 돌아오고, 그들은 마침내 진짜 감정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경찰 663번은 이젠 패스트푸드점을 인수하려는 입장이 되어 있었고, 페이에게 여행 티켓을 주며 자신과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합니다. 다음 여행지는 같이 정하자는 그의 말은 곧 새로운 시작을 암시합니다.

 

 

 

 

 

3. 특징

▣ 2개의 단편적 이야기 구조

중경삼림의 두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는 직접적인 연결은 없지만  주인공들이 모두 경찰이고,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고독을 느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절된 도시인의 관계성과 감정을 병렬적으로 보여주며, 감정의 여운과 여백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관객에게 단순한 줄거리보다도 감성의 흐름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 감각적 촬영기법과 몽환적인 영상미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은 인물의 동작을 흐릿하고 반복적으로 표현하거나, 슬로우 모션과 빠른 패닝을 이용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 도시 풍경을 연출합니다. 특히 홍콩의 밤거리, 중경맨션, 좁은 아파트 등 제한된 공간을 리듬감 있게 그려내며, 인물의 내면 심리와 공간적 고립감을 영상으로 표현합니다.

▣ 강렬하고 반복적인 OST 사용

영화의 배경음악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이야기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직관적으로 이끄는 도구로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The Mamas & the Papas‘California Dreamin'’**Faye Wong夢中人(Dream Person)’*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Faye Wong이 직접 부른 ‘Dreams’의 광동어 커버는 영화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페이의 내면을 대변하는 소리로 작용합니다.

▣ 고독과 도시인의 심리 표현

겉으로는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도시인의 정서적 단절, 정체성 혼란, 고독, 감정의 회복 과정에 더 초점을 둡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서툴며, 이별 이후의 빈자리를 어색하게 메꾸려 애쓰는 인물들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 223번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며 과거에 집착하고, 경찰 663번은 전 여자친구가 떠난 뒤에도 그녀의 물건과 대화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이들은 모두 "사랑"이 아니라 "상실"을 중심에 둔 이야기의 주체입니다.

▣ 비정형적 캐릭터와 상징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형적인 남녀 주인공이 아닙니다. 감정을 정제해 표현하지 않고,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는 남몰래 663번의 집을 청소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이는 그녀만의 애정 표현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상징으로 가득 차 있으며, 관객은 인물의 심리를 직접 해석해야 합니다

 

 

4. 총평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감성적 연출, 단편적 구조, 비주얼 중심의 서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1990년대 홍콩 영화의 미학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줄거리의 명확한 개연성보다는 감정의 여운, 음악의 반복, 그리고 공간 속 고독함이 중심이 되며, 이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게 만듭니다.

시간, 사람, 거리 라는 테마를 탁월하게 활용하며, 사람 사이의 감정이 얼마나 유동적이고도 모호한지를 보여줍니다.

현대 도시인이 느끼는 공허함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무심히 지나가는 인연 속 의미 있는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착합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스치는 인연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영향을 받고, 또 어떻게 치유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시대를 초월한 감성과 미학, 그리고 잊지 못할 OST로 수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이 영화는 지금도 새로운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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