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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크롤러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비윤리성과그것을 부추기는 미디어의 탐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1. 영화 개요

제목 : 나이트 크롤러 (Nightcrawler)

장르 : 범죄

감독 : 댄 길로이

주연 : 제이크 질렌할, 빌 팩스톤, 르네 루소, 케빈 람

개봉 : 2014년 , 미국

2. 줄거리

도시는 아직도 잠들지 않았다. 거리마다 깜빡이는 교통 신호, 창백한 가로등 아래 늘어선 경찰차, 그리고 사건을 쫓아 달리는 한 남자의 눈빛. *루이스 '' 블룸*, 그는 길 위에 떨어진 쇠붙이처럼 처음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으며, 사회에서 낙오된 이 남자. 하지만 그의 눈에는 묘한 집요함과 무서운 야망이 담겨 있다.

 

영화는 루가 고철을 훔쳐 되파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초반부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분하지만 무겁게 흘러간다.

그는 그저 생계를 위한 작은 범죄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곳엔 피 흘리는 피해자, 번쩍이는 구급차의 불빛, 그리고 셔터를 누르는 프리랜서 카메라맨들이 있었다.

그 장면을 마주한 루의 눈동자엔 두려움이 아니라 기회가 담겨 있었다.

"이게 내 길이다."

 

자신이 목격한 현장 뉴스 촬영자들의 직업을 바로 이해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중고 카메라를 사고, 값싼 경찰 무전을 구입하며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들어선다. 이 시점에서 루의 병적인 관찰력자기 학습 능력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마치 사회의 규칙을 학습하는 로봇처럼, 필요에 따라 자신을 조각하고 각본을 짠다.

 

점점 루는 더 자극적인 장면, 더 독점적인 영상, 더 높은 가격을 쫓는다. 그가 찍은 영상은 지역 방송국의 야간 뉴스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등장하는  뉴스국 프로듀서 *니나 로미나*와의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선다. 니나는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원하고, 루는 그것을 제공해 준다..

여기서 우리는 미디어와 자본, 윤리와 시청률 사이의 갈등을 목도하게 된다.

 

루는 점점 윤리의 경계를 허문다. 범죄 현장에 경찰보다 먼저 도착하고, 심지어는 더 자극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현장을 조작하거나 피해자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프레임 안에 감정을 넣어라." 그는 감정을 연출하는 감독처럼 행동한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차분하고, 음성이 올라간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갈수록 차가워진다. 인간에 대한 연민은 점점 사라지고, 오직 좋은 화면만이 그의 우선순위가 된다.

 

특히 도둑이 침입한 주택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촬영하는 장면은 영화의 정점이다. 그는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 총상을 입은 가족들을 클로즈업으로 담는다. 그 장면에서 루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 보인다.

그의 뒤에는 아직도 울부짖는 피해자의 가족이 있었지만, 그는 오직 초점과 노출만을 신경 썼다.

 

루의 야망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그는 조수인 노숙자 **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루가 일부러 경찰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범죄자와 경찰의 총격전을 유도한 뒤, 그 장면을 영상으로 담는 대목이다그는 어떤 죄책감도 없이 릭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릭이 총을 맞고 쓰러지자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렌즈를 조정하고 조용히 셔터를 누른다.

 

이 장면 이후 루는 완전히 변했다. 그는 더 이상 기회를 잡은 한 청년이 아니다.

그는 감정을 제거한 괴물, 윤리 따윈 필요 없는 사업가.

마지막 장면에서 루는 직원들을 고용해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말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찍기만 하라"

 

 

 

 

 

3. 특징 

◐ 광기의 리얼리즘 

루 블룸은  분노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무너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정제된 태도와 감정 없는 말투는 더 큰 불편함을 준다. 마치 AI처럼 냉정하게 사회의 틈을 분석하고, 그 사이에서 기회를 찾아낸다.

그는 너무도 현실적이다. 그 점이 이 영화를 섬뜩하게 만든다.

 

◐ LA의 밤 풍경 

영화의 배경이 되는 로스앤젤레스의 밤은 마치 또 다른 주인공처럼 기능한다. 블루톤의 어둠, 가로등의 주황빛, 긴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빨간 미등들이 루의 차가운 내면과 맞닿아 있다.

도시의 야경은 기회와위험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도심의  어둠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를 드러낸다.

 

◐ 윤리의 붕괴를 조용히 보여주는 연출

이 영화는 한 걸음씩 윤리를 밀어내고, 그 빈자리에 자본과 욕망이 들어서는 과정을 아주 침착하게 보여준다.

루의 행동은 갈수록 위험해지지만, 그는 절대 경계를 넘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천천히 미쳐가는 과정을 불안하게 추적한다.

 

 

4. 총평

 

나이트 크롤러는 보기 쉽지 않은 영화다.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현실을 뾰족하게 찌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작품을 걸작으로 만든다.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비윤리성과, 그것을 부추기는 미디어의 탐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루 블룸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주위 어딘가에도 존재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든 괴물이다. 

그는 감정을 잃었지만, 결코 무능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지독하게도 유능했고, 그 유능함이 인간성을 집어삼켰다.

 

피로 물든 사고 현장, 시체가 누운 거실, 사람의 마지막 숨결조차도 ‘콘텐츠’로 다루는 뉴스의 세계. 그리고 그 중심엔 감정이 제거된 한 남자. 그는 그냥 성공하고 싶었던 사람’ 일뿐이다.’일 뿐이다

문제는 그가 택한 방식, 그것이 사회에서 먹혔다는 것이다.

그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더 많은 시청률, 더 많은 돈, 더 높은 영향력.

하지만 그 속엔 연민도, 공감도, 윤리도 없었다.

                                                                                                                                      

"그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도 루와 다르지 않다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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