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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나는 변한다고로 존재한다시간과 정체성을 넘어선 한 존재의 시적 여정

 

1. 영화 개요

제목 : 올란도 (Orlando)

장르 : 드라마

감독 : 샐리 포터

주연 : 틸다 스윈튼, 빌리 제인, 로제어 블루토

개봉 : 1992년, 영국,러시아 연방, 프랑스, 이탈리아

 

2. 줄거리

흐릿한 안개가 깔린 엘리자베스 시대의 궁정. 귀족들이 웃고, 나비 같은 레이스가 춤을 추며, 무거운 단어들 속에 신분과 권력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한 소년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이름은 *올란도*. 눈동자는 맑고, 손끝은 부드러우며, 얼굴에는 소년의 맑음과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고요함이 감돈다.

그는 남자다. 그러나, 그 정체는 남성이라는 단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샐리 포터 감독은 버지니아 울프의 실험적인 원작을 영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한 사람의 내면 깊은 정체성 탐구 여정을 시작한다.

시간을 넘고, 성별을 넘어, 올란도는 인간 존재의 본질, 그리고 그 안에서 라는 감정의 층위를 따라간다.

 

영화는 엘리자베스 1세의 눈에 든 귀족 소년 올란도에게 왕이 한마디 유언을 남기며 시작된다.

변치 말거라, 올란도

그 말은 단순한 총애가 아니다. 운명이다.

올란도는 변하지 않는 자가 된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한 세기, 또 한 세기를 살아간다.

 

하지만 과연, 무언가를 변치 않도록 명령하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처음엔 그는 기뻤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이고, 젊음이 유지되고, 세상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는 하나둘씩 깨닫는다.

사랑은 변하고, 사람은 떠나고, 마음은 늙어간다.

육체가 멈춘다고 해서 감정까지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내면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다.

 

17세기, 올란도는 대사관의 일로 콘스탄티노플에 머무른다. 그곳에서 그는 아름답고 야성적인 여성 사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샤는 러시아의 공주로, 결코 쉽게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존재다.

올란도는 처음으로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시를 바치고, 시간을 함께하고, 진심을 준다.

 

하지만 사샤는 올란도를 떠난다.

그의 헌신을, 그가 준 감정을 무심히 지나쳐 떠나버린다.

눈이 내리는 새벽, 얼어붙은 강 위에서 그녀가 배를 타고 사라지는 장면에서,

올란도는 깨닫는다.

 

감정은 붙잡을 수 없는 것임을.

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상실이라는 감정이 떠오른다.

그는 영원한 삶을 살지만,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유한한 존재가 된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어떤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 뒤, 올란도는 며칠간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때, 그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다.

그는 여자가 되어 있다.

 

감정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외부적 개입도 없이, 그저 자연스레 변했다.

영화는 이 전환을 설명하지 않는다.

감독은 설명 대신 보여준다.

올란도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나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같은 나야. 단지 다른 성일 뿐.”

 

이 한 줄의 대사는 이 영화 전체의 핵심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남자냐 여자냐는 본질이 아니라는 선언.

 

올란도는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내면은 그대로고, 감정의 구조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다르게 반응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은, 곧바로 제약과 편견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그는 재산 상속을 빼앗기고, 법적으로 무력한 존재가 되며, “여성답게 굴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한다.

이제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올란도는 굴복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따라 살아간다.

깊은 숲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세상의 질서를 거부하며, 다시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려 애쓴다.

 

한때는 권력과 명예를 좇았지만, 이제는 자유와 내면의 정직함이 그의 가치가 된다.

그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의 고통과 동시에, 그것이 주는 평화를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올란도는 1990년대, 현대의 옷을 입고 있다.

그는 이제 딸과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더 이상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은 흘러가고, 올란도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의 삶을 위치시킨다.

 

그는 더 이상 죽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죽음도, 변화도, 감정도 있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 순간, 그는 카메라를 응시한다. 관객의 눈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직접 인정하는 듯한 시선.

그 시선은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나는 나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모든 것이며, 그 어느 것도 아니다.”

 

 

 

 

 

3. 특징

◐ 성별과 정체성의 해체, 존재에 대한  질문

올란도는 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변화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이는 단순한 성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자아의 본질과 외형 사이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성별이 바뀌어도 올란도는 올란도다.

감독 샐리 포터는 성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비틀며, 그 안에서 진짜 자아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젠더 퀴어적 감각을 선구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  시간을 초월한 서사

올란도4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른다.

엘리자베스 1세의 궁정에서 20세기 후반의 도시까지, 주인공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계속 존재한다.

 

이 비선형적 시간 구성이 의미하는 바는, 정체성은 시대를 초월하며 반복되고, 진화된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건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개인의 감정과 존재가 중심이 되는 특이한 역사극이다.

마치 시간의 강위를 조용히 떠내려가듯, 영화는 속도가 아닌 감정의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  관객을 정면으로 마주하다

올란도는 종종 관객을 직접 바라본다.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며 말을 건넨다.

이것은 *영화 속 인물이 관객의 존재를 인지하는 파격적인 구성 방식*이다.

 

올란도의 시선은 단지 스토리를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눈빛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 영화는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관객의 자아 탐구를 유도하는 거울같은 장치가 된다.

 

◐  비주얼과 미장센의 시적 완성도

영화는 매 장면이 마치 회화처럼 아름답다. 의상, 색채, 조명, 구도 모두가 극도로 계산된 시적 이미지로 완성된다.

시대별로 변화하는 공간과 복식은 올란도의 정체성 변화와 감정 곡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자연, 특히 눈과 안개, 들판은 정체성의 혼란과 감정의 흐름을 반영하는 상징이 된다.

특히 사샤와의 이별, 현대에 도달한 올란도의 고요한 표정 등은 말없이도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들이다.

 

 

4. 총평

올란도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변화하며 살아가는지를 말없이 묻고, 조용히 보여주는 영화.

말은 많지 않지만, 감정은 넘친다.

올란도의 여정은 곧,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삶의 궤적이자, 존재에 대한 성찰이다.

 

그는 사랑을 갈구했지만 떠나보냈고, 신분을 가졌지만 박탈당했다.

그는 남자였고 여자였지만, 결국에는 누구도 아닌 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그는 마침내 웃는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자기 자신이 되었기 때문에.

 

그 미소는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왜냐하면 자기를 안다는 것은, 동시에 모든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쓸쓸함 속에서 피어나는 평온은,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도달한 *진실의 정서*.

 

사랑은 지나간다. 그러나 존재는 계속된다.

성별은 바뀌어도 감정은 동일하다.

시대가 바뀌어도, 자아를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로 살아간다는 건, 매 순간을 선택하고 감내하는 일이다.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

"변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며 나를 가둔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내가 느끼는 감정은, 정말 나의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부여한 역할의 부산물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도 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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