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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평화로운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해녀들이 생계를 위해 밀수에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범죄 활극을 그린 작품.
1. 영화 개요
제목 : 밀 수
장르 : 범 죄
감독 : 류승완
주연 :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 고민시
개봉 : 2023년 , 대한민국
2. 줄거리
1970년대, 남해안 어느 바닷가 마을.
새벽 바다엔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고, 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해안을 때린다.
그 물비린내 속에 어두운 그림자들이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물속에서 튀어나오는 잠수복 입은 여성들.
그중 누구보다 빠르게 물 위로 올라오는 이는 춘자(염정아)다.
그녀는 땋은 머리를 정리하며 동료들을 둘러본다. 무거운 자루를 들어 올리는 손엔 굳은살이 배어 있다.
그 자루 안엔 생선이 아니라 밀수품이 가득 들어 있다.
그녀의 곁엔 늘 진숙(김혜수)이 있다. 그녀는 말보다 행동이 빠르고, 어디서든 주도권을 쥐는 사람이다.
물질(해녀 작업)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늘 무언가 계산하는 듯, 주변을 경계한다.
낡은 트럭 한 대.
자루들이 실리고, 그 위에 해산물로 덮는 위장 작업.
운전하는 건 진숙. 춘자는 조수석에서 담배를 문다.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을까?”
춘자의 낮은말에 진숙은 웃으며 답한다.
“세상엔 불법과 생존 사이에 있는 일도 있는 법이지.”
그 말에 춘자는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그 바다는 이제 그녀에게 더 이상 평온하지 않다. 생계의 터전이자, 범죄의 무대가 되어버린 이 남해 바다.
한편, 마을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해경이 단속을 강화하고, 해상에선 외지인들이 자주 목격된다.
한 남자가 등장한다. 권 상사(조인성).
말끔한 정장에,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 그는 경찰도, 밀수업자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그를 가장 위험하게 만든다.
진숙은 그를 경계하면서도, 더 큰 판을 벌일 기회로 여긴다.
그녀는 춘자에게 말한다.
“이참에 제대로 한번 벌어보자. 바다에서 건지는 건 이제 고기만이 아니야.”
작업은 커진다.
컨테이너 크기의 자루들. 중국과 일본에서 밀반입되는 고가의 사치품들.
금, 시계, 약품… 그리고 때로는 무기까지.
그들의 밤은 더 바빠지고, 바다는 더 깊어진다.
가장 먼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춘자였다.
“우리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는 거 아냐?”
진숙은 애써 무시한다.
돈이 너무 많았고, 기회는 너무 매혹적이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밀수품을 바다에 빠뜨리는 사고를 당한다.
수십 명이 달려들어야 겨우 건질 수 있는 양
하지만 문제는 그 밀수품에 ‘특수 물건’이 섞여 있었다는 것.
권 상사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진다.
“그 안에 들어있던 거, 누가 받기로 한 건지 알기나 해?”
진숙은 물러서지 않는다.
“그쪽이 직접 물에 들어가서 꺼내든가.”
둘의 대치는 날이 갈수록 거칠어진다.
권 상사는 해경을 매수하고, 일부 조직을 뒤흔든다. 진숙과 춘자는 점점 더 쫓기는 자가 되어간다.
그 와중에 밀수팀 안에서도 균열이 생긴다.
처음엔 함께 밥을 나누던 이들이, 이젠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며 밤을 새운다.
결정적인 밤.
진숙은 권 상사와 마지막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바다에 마지막으로 나선다.
물속은 깊고 어둡다.
그녀가 이끄는 몇 명의 해녀들, 숨죽이며 바다 밑 바위틈을 뒤진다.
그때
불빛. 선박.사이렌..선박. 사이렌.. 해경의 급습이다.
사방이 혼란에 빠진다.
물속에선 진숙이 뒤 업힌 자루 아래에 갇힌다. 춘자는 뒤따라가 그녀를 꺼내려한다..
서로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결국, 진숙은 춘자를 밀어낸다.
그리고는 물속 깊이 가라앉는다.
시간이 흐른 뒤.
춘자는 밀수팀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바다를 떠나지는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물질을 하며 살아간다.
진숙의 유품으로 남은 시계 하나, 그녀는 그것을 늘 손에 쥐고 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이제 진숙의 전설이 하나둘씩 퍼진다.
그녀는 바다의 여왕이었다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바다를 택했다고.
춘자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3. 특징
◐ 여성 중심 누아르의 힘
『밀수』는 흔히 남성 중심 서사로 진행되던 누아르 장르에서 벗어나,
여성 캐릭터들이 전면에 나서는 독특한 구성을 갖춘 작품이다.
염정아(춘자), 김혜수(진숙)가 이끄는 해녀 밀수 조직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목표 속에서 인간 본성과 선택의 무게를 그려낸다.
이들의 캐릭터는 단순히 강한 여성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다층적 여성상으로 묘사되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연대와 배신, 신뢰의 복잡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 1970년대 남해안, 한국적 배경미의 구현
해녀들의 실제 물질 장면 등 리얼한 현장감이 생생하다. 광기와 물비린내가 함께 뒤섞인 남해 바다,
1970년대 산업화의 그늘 아래 있는 어촌 마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갈라진 갯벌, 낡은 트럭, 빛바랜 수건 하나까지도 세세한 디테일이 담긴 미장센으로 시대적 생생함을 입혀준다.
◐ 욕망과 생존의 윤리적 경계
등장인물들은 모두 옳고 그름 사이가 아닌, 불법과 생존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살아간다.
춘자는 매번 갈등하면서도 결국 진숙을 따라가고, 진숙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의 계산과 직감에 충실한다.
‘이건 범죄인가, 생존인가’
관객은 인물들의 선택을 비난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 류승완 감독 특유의 리듬감 있는 전개와 스타일
류승완 감독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현실감 있는 대사, 그리고, 상황 속에서 터지는 유머와 폭력의 리듬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사건이 터지고, 긴장감이 쌓이며, 예기치 못한 배신이 일어나는 과정이 탄탄한 구성으로 짜여 있다.
4. 감상문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늘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밀수』는 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떻게 일어서는가에 대한 진실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춘자와 진숙, 이 두 여성의 얼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들의 물에 젖은 머리카락, 숨죽이며 바닷속을 가르던 손동작,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
그건 단지 공범의 시선이 아니라, 같은 바다를 살아가는 이들의 유대였다.
진숙은 늘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욕망도, 위험도, 고통도 그녀는 외면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존을 위해 어떤 경계도 넘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그녀는 바다에 자신을 던졌다. 그 모습은 슬프면서도 이상하게도 숭고하다.
춘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생존이 주는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 것인지, 우린 그녀의 침묵 속에서 읽을 수 있다.
진숙이 남긴 시계 하나, 그건 그냥 시간의 도구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함께 견뎌낸 자의 유산이었다.
"우리는 어디까지 살아내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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