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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상처 입은 한 인물이 바둑을 통해 복수를 넘어 인간됨을 회복하는 이야기

 

 

1. 영화 개요

제목 : 신의 한 수

장르 : 범죄

감독 : 리건

주연 : 권상우, 김희원, 김성균

개봉 : 2019년, 대한민국

 

2. 줄거리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침한 뒷골목, 휘황찬란한 바둑판이 어지럽게 놓인 한 도박판.

소년은 그곳에 있었다. 이름도 없이, 얼굴에는 감정이 없다. 그는 바둑판 위에서 패배를 배웠고, ‘복수를 품게 된다.

 

소년의 이름은 귀수(권상우) ‘귀신같은 수를 두는 아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그의 부모는 바둑판의 검은 그림자 아래서 죽었다. 돈과 승부가 오가는 지하 바둑판에서, 한 판 바둑은 곧 목숨값이었다.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귀수는 살아남기 위해 바둑을 배웠고, 그 바둑은 단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사용되었다.

 

'죽이기 위한 바둑. 복수의 수.'

 

귀수는 거리에서 떠돌다 허일도(김성균 )를 만난다.

허일도는 전설 속의 바둑 구단. 사람들은 도올이라 불렀다.

그는 바둑으로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상대의 삶을 읽어내는 기술자였다.

 

귀수는 그의 제자가 된다. 바둑은 귀수에게 복수의 수단이었지만, 허일도는 그에게 진짜 바둑을 가르쳤다.

한 수가 삶을 바꾸고, 한 수가 사람을 살리기도 해.”

그 가르침은 귀수의 감정을 뒤흔든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가르침을 받고, 존재를 느낀 순간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냉혹했다. 허일도가 무참히 살해당한 채 발견된 날, 귀수는 다시 혼자가 된다.

 

죽음 앞에선, 바둑은 예술이 아니라 무기였다. 귀수는 다시 검은 수로 돌아선다.

 

귀수는 신의 한 수를 두기 위해 전국을 떠돈다. 한 판, 한 판, 그는 전설 속 바둑 고수들을 찾아간다.

그들과의 대결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다.

각자의 삶이 담긴 바둑의 철학,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이 판마다 쏟아져 나온다.

 

부산의 부두. 귀수는 '부산잡초'라는 사내와 맞붙는다.

잡초는 진짜 거리의 괴물이다. 바둑이 아니라 야수의 감각으로 수를 두는 자, 눈빛은 광기로 물들어 있다.

귀수는 그와의 대국에서 죽음을 예감한다.

바둑알 하나, 손끝 하나의 떨림이 생과 사를 가른다.

그러나 귀수는 잡초의 수에 두려움 대신 직관을 얹는다.

 

'상대의 수를 따르지 않고, 수를 깨뜨리는 것. 그것이 나의 수.'

귀수는 잡초를 꺾는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진다.

"나는 이기고 있지만, 나는 점점 죽어가고 있다."

 

어느 날, 귀수는 흑기사(김희원)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는 의문의 여인 배수지(김여진)를 만난다.

배수지는 침묵 속에서 수를 두는 묘한 기운의 바둑 고수였다.

귀수와 비슷한 아픔을 안고 있었고, 두 사람은 적막한 방 안에서 수를 마주하며, 서로의 상처를 읽는다.

 

처음으로 귀수는 누군가와 이기려는 바둑이 아닌, 공감의 바둑을 둔다.

그녀의 한 수 한 수는 말이 없었지만, 귀수의 기억 속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했다.

"이길 필요 없어. 나는 지금, 살아 있는 거야."

 

이 대국 이후 귀수는 처음으로 복수가 아닌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귀수의 여정은 결국 한 사람에게 도달한다.

부모를 죽게 만든 조직의 실세, ‘외톨이’(원현준).

그는 사람의 심리를 파괴하는 바둑의 괴물이다. 감정 없이, 상대의 모든 것을 읽고 찢어낸다.

 

귀수는 외톨이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판 위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수많은 억울한 삶들이 놓인다.

이 바둑은 단순한 승부가 아닌, 정의의 복원이다.

 

외톨이의 수는 완벽에 가깝다. 귀수는 무너지고, 손끝이 떨리고, 다시금 죽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귀수는 마지막 한 수에서 멈춘다.

 

그는 스승 허일도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바둑은 사람을 이기기 위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귀수는 외톨이의 수를 뛰어넘는, 자기만의 바둑, 삶을 지키는 바둑을 둔다.

관중석은 숨을 죽이고, 외톨이는 침묵한다.

 

그리고 '신의 한 수', 그 수가 판 위에 놓이는 순간,

외톨이의 표정이 무너진다. 그의 세계가 깨진다.

 

귀수는 승리한다. 그러나 그는 복수하지 않는다.

 

결국 귀수는 승자가 되었지만, 그는 더 이상 승부사로 남지 않는다.

그는 다시 바둑판을 걷는다.

어린 아이에게 바둑을 가르치며,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사는 법'을 전한다.

 

화려한 승부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키는 법.

귀수는 다시 길을 떠난다.

더 이상은 고독한 복수자가 아닌, 바둑으로 사람을 살리는 자로.

 

 

 

 

3. 특징

 ◐ 바둑을 ‘무기’로 승화시킨 독창적 액션

바둑이라는 조용하고 정적인 소재를 통해 극도의 긴장감과 생사의 승부를 구현한다.

한 수 한 수에 목숨을 건다는 설정은 과장처럼 들리지만, 영화는 이를 실제로 설득해 낸다..

바둑돌이 튕기는 소리 하나에도 감정이 실린다.

전략과 심리, 그리고 속임수까지 바둑이 곧 전쟁의 은유로 기능한다.

 

특히 부산잡초, 외톨이, 도올 등 등장인물 각각이 자신만의 바둑 철학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점은,

액션 장르에서 보기 드문 밀도와 개성을 만들어낸다.

 

◐고통받는 인간의 성장 서사

귀수는 상처와 복수로 만든 괴물 같은 인물이다.

그가 성장하는 방식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자신을 괴물로 만든 세계를 뚫고 나가는 고통의 과정이다.

 

부모의 죽음 : 복수심

스승의 죽음 : 절망과 냉혈

수많은 패자들과의 대결 :내면의 흔들림

마지막에는 용서배려로 귀결된다.

이러한 심리적 복잡성과 정서의 여정은, 귀수가 단순한 히어로가 아니라

현실 속 상처 입은 누군가를 투영한 캐릭터임을 느끼게 한다.

 

◐ 미장센과 연출

리건 감독은 바둑판 위의 정적과 내면의 격정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폐허, 지하 도박장, 거리, 폐공장 등 각기 다른 배경은 캐릭터의 심리를 대변한다.

조명은 대부분 차갑고 어두운 색조로 구성되어 귀수의 감정선을 은유한다.

반면 인물 간 갈등이 폭발할 때는 붉은 조명이나 과도한 클로즈업으로 감정의 파열음을 그린다.

이러한 시각적 구성은 관객이 바둑을 몰라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

 

 

4. 총평

이 영화는 바둑이라는 무겁고도 조용한 세계를 통해 인간의 삶, 선택, 복수, 그리고 구원을 이야기한다.

 

권상우는 귀수 역을 통해 무표정 속의 분노, 광기 속의 침착함, 그리고 고통 속의 깨달음을 탁월하게 표현했고, 리건 감독은 바둑을 일종의 무예, 철학, 생존의 도구로 승화시켰다.

 

격렬한 승부 장면뿐 아니라, 적막한 시선 교차 속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의 밀도가 인상 깊다.

특히 바둑판을 무기로 쓰는 액션이 독특하다.

 

귀수는 말이 없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 놓이는 바둑알 하나하나에는,

울분, 고통, 회한, 그리고 마지막에는 연민과 사랑까지 담겨 있다.

 

감정은 눌러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석해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귀수의 여정은 바로 그 감정의 해방이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수’를 두고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수를 두고 있는가?”

 

이 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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