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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말과 예술, 양심을 지키기 위한 싸움, 지식인의 분노와 유머, 사랑과 고독, 그리고 꺾이지 않는 언어의 힘을 표현한 작품.
1. 영화 개요
제목 : 트럼보 (Trumbo)
장르 :드라마
감독 : 제이 로치
주연 : 브라이언 크랜스톤, 다이안 레인, 헬렌 미렌, 루이스 CK
개봉 : 2015년, 미국
2. 줄거리
1950년대, 할리우드는 찬란한 황금기 속에서도 공포와 검열의 먹구름 아래 있었다.
이념은 예술보다 무거워졌고, 사상은 인물보다 위협적이었다.
그 시대, 타자기 앞에서 불꽃처럼 글을 써 내려간 남자. 그의. 이름은 * 돌튼 트럼보*.
트럼보는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중 한 명이다. 빠른 대사, 풍부한 서사,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 그의 글은 수많은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그는 공산당원이었다.
전쟁 후 불안정한 미국 사회는 ‘이념의 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의회 비미국활동조사위원회*는 할리우드로 촉을 뻗는다.
그들은 스크린 뒤에 숨은 붉은 사상의 작가들을 가려내려 한다.
트럼보는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다
.
조사위원회가 "당신은 공산당원이었는가?"라고 묻자, 그는 반문한다.
“그 질문은 헌법에 위배됩니다.”
“내 생각을 물을 권리는 당신들에게 없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양심과 권력이 맞붙는 역사적 순간이다.
그의 침착한 얼굴 뒤에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불안과, 신념을 꺾을 수 없다는 고통이 동시에 흔들린다.
결국 그는 불복종죄로 수감된다. 작가가 아닌 죄수로, 타자기 대신 삽을 들고 그는 교도소로 향한다.
수감 생활 후, 트럼보는 세상의 ‘침묵’과 마주한다.
그의 이름은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할리우드는 이제 그에게 원고 청탁은커녕 문 앞에조차 오지 않는다.
전화는 끊기고, 우정은 멀어지고, 가족마저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하지만 트럼보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는 “이름이 안 된다면, 가명으로 쓰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불합리한 시스템 안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싸움을 시작한다.
이른바 ‘고스트라이터 전쟁’
그는 B급 영화 제작사에 가명을 써서 시나리오를 납품하고, 도망치듯 글을 쓴다.
어둠 속 작은 작업실, 밤마다 종이 위에 쏟아지는 그의 단어들.
피곤에 절은 눈, 커피와 담배로 버티는 몸, 가족의 이해와 분노 사이에서 갈라지는 마음.
글쓰기야말로, 트럼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저항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가 가명으로 쓴 작품 중 하나, 『로만 홀리데이』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무대 위엔 그의 이름이 없다.
트럼보는 세상에서 지워진 채, 명작을 쓰고 있었다.
영화 중반부는 무겁지만 역설적으로도 코믹하다.
트럼보는 블랙리스트 작가들을 하나로 모은다. 싸움은 진지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유쾌하고 경쾌하다.
가명을 무수히 만들어내고, 작업은 분업화되며, 공산주의자들의 “비밀 작가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장면들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존엄과 생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지식인의 아이러니가 서려 있다.
그는 친구와 싸우고, 딸에게 상처를 준다. 가족은 그의 신념에 지쳐가고, 그는 외롭게 고립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
말 한마디가 감시받는 시대에, 그는 쓰는 것으로 대답한다.
1960년, 거대한 전환이 찾아온다.
커크 더글라스와 감독 오토 프레밍거는 트럼보의 진짜 이름으로 크레딧에 올리겠다고 선언한다.
그 영화는 바로 『스파르타쿠스』와 『엑소더스』.
이 결정은 그 자체로 폭탄이었다.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지고, 언론은 들끓는다.
하지만 결과는 명백했다.
대중은 진실을 받아들였고, 헐리우드는 침묵을 끝냈다.
블랙리스트는 무너졌고, 트럼보는 마침내 스크린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지만, 그 눈빛엔 오랜 시간의 분노와 피로, 그리고 약간의 슬픔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겼지만,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3. 특징
◐ 실화를 극적 서사로 되살린 균형 감각
『트럼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자체로 강렬한 드라마적 긴장감을 품고 있다.
제이 로치 감독은 정치 영화 특유의 건조함을 피해, 인물 중심의 감정선과 유머의 미학을 절묘하게 버무렸다.
감독은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공기와 인물의 결단, 그 사이의 무너짐과 회복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실제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몰입감 사이의 균형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 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연기
트럼보 역의 * 브라이언 크랜스턴*은 이 영화의 심장이다.
그는 단순한 모사나 카리스마에 기대지 않고, 지식인의 신념과 유머, 피로와 분노를 모두 내면화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구현한다.
그의 연기는 때론 연설 같고, 때론 고백 같으며, 무엇보다 진실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덕분에 관객은 단순히 역사적 인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인간’ 트럼보와 함께 숨 쉬게 된다.
◐ 침묵속 예술의 힘
이 영화는 총격전도, 폭력도 없다. 그러나 긴장감은 한순간도 느슨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글쓰기’라는 가장 조용한 저항을 중심축으로 삼기 때문이다.
타자기 소리, 종이를 넘기는 손끝, 밤새 깨진 유리잔 위를 걷듯 쓰는 시나리오, 이 모든 장면이 무력한 시대 속 예술의 힘을 시각화하는 언어 없는 진술이다.
트럼보가 단지 말을 했기 때문에가 아니라, 침묵 속에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울림을 남긴다.
◐ 시대와 닮은 거울, 오늘을 비추다
『트럼보』는 단순히 195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열, 낙인, 사회적 고립, ‘정상’이라는 틀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 영화는 과거를 복원하는 동시에, 오늘의 자유를 되묻는 거울이자 경고다.
누가 말할 자격을 정하고, 누가 그 말을 지우는가?
그 질문은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4. 총평
『트럼보』는 위대한 승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고통을 견딘 존엄한 기록이다.
말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시대를 지나는 시민으로서 돌튼 트럼보는 스스로에게조차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과 끊임없이 싸웠다.
그는 투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때로 고집스러웠고, 가족을 소홀히 했고, 외롭고 불안했다.
그러나 그가 했던 단 한 가지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종이에 문장을 새기고, 이름을 잃은 채 대사를 써 내려가는 장면들은 예술이 어떻게 권력과 억압을 통과하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제이 로치 감독은 이 비극적인 시대를 정공법으로 바라보되, 유머와 아이러니, 인간미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정치 영화이자 가족 드라마이며, 동시에 한 예술가의 내면일지처럼 다가온다.
“침묵의 시대에도, 단어 하나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다면, 적어도 쓸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글은 언젠가, 누군가의 이름을 되찾아 줄 것이다.”
침묵은 체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허용한 결과라고.
“말을 검열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지우지는 못한다”
그는 싸우는 작가였고, 쓰는 인간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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