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영화 토리노의 말
토리노의 말

 

 

토리노의 말은 1889년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마부가 말을 채찍질하는 장면을 보고 갑자기 말에게 다가가 끌어안은 후 정신적으로 무너졌다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1. 영화 개요

 

제목 : 토리노의 말(The Turin Horse)

장르 : 드라마

감독 : 벨라타르

주연 : 야노스 데르지, 에리카 보크, 미할리 코모스

개봉 : 2011, 헝가리

2. 줄거리

제1일

영화는 니체가 감싸 안았던 말과 마부가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를 가정하며 진행된다.

이야기는 마부 오흐스도르퍼와 그의 딸이 살고 있는 황량한 농가에서 시작된다. 배경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황폐한 시골이며, 부녀는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마부 오흐스도르퍼가 그의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왼팔이 불편한 듯하며, 걸음도 불편해 보인다. 딸은 아버지가 돌아오자마자 마차에서 짐을 내리고, 말의 마구를 벗긴다.

이후 마부는 집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딸이 준비한 삶은 감자를 먹는다. 딸도 아버지와 마주 앉아 감자를 먹는데, 이들이 하루에 한 끼 먹는 음식은 감자가 전부다. 그날 저녁, 바깥에서는 여전히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마부와 딸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집 밖에서는 계속해서 바람이 몰아치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2일

이튿날 아침, 딸은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고 아버지를 돕는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가족의 생계 수단인 말이 먹이를 먹지 않고,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딸은 말에게 먹이를 주려 하지만, 말은 이를 거부하며 힘없이 서 있기만 한다. 이후, 한 낯선 남자가 집을 찾아온다.

그는 오흐스도르퍼와 대화를 나누며, 세상이 망해가고 있으며 인간 문명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모든 것이 썩어가고 있으며, 인간은 결국 파멸할 운명"이라고 말하며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후 그는 떠나고, 부녀는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제3일

다음 날, 딸은 마을로 가서 우물을 길러 오려고 한다. 그러나 마을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며, 황폐해진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다. 딸이 물을 긷고 돌아오는 도중, 몇몇 집시들이 등장하여 말을 건다. 그들은 부녀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며, 세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딸은 집시들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후, 부녀는 더욱 이상한 상황을 마주한다. 우물에서 길어온 물이 갑자기 말라버린 것이다.

이제 부녀는 식수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며, 생존이 더욱 위태로워진다.

제4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마부는 딸과 함께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들이 떠나려는 길은 이미 거대한 폭풍과 모래바람으로 막혀 있다. 결국 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집으로 돌아온 후, 부녀는 다시 감자를 삶아 식사를 준비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희망을 잃어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제5일

집 안의 등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그러나 이제 부녀는 거의 기력이 다한 듯하며, 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더 이상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부녀는 마지막으로 감자를 삶아 아버지에게 건넨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버지조차 감자를 먹지 못한다.

집 안은 점점 어두워지고, 바람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부녀와 마부는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에 앉아 있을 뿐이다.

제6일

마지막 날, 집 안은 완전히 어둠에 잠긴다. 등불마저 꺼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부녀는 여전히 옆에 앉아 있지만, 이제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영화는 조용히 끝을 맺으며, 인간 존재의 쇠락과 무력함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3. 특징

◐ 롱테이크와 미니멀리즘적인 연출

*토리노의 말*은 벨라 타르 특유의 롱테이크 기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영화다. 영화는 총 30개의 장면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씬은 길고 느리게 이어진다. 카메라는 인물들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극적인 사건 없이도 그들의 고된 삶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은 극한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등장인물도 단 두 명뿐이고, 주요 배경도 단순한 농가와 외부 환경뿐이다. 사건의 변화는 거의 없으며, 동일한 행동(옷 입기, 감자 먹기, 말 돌보기)이 반복된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와 점진적인 붕괴가 영화의 핵심이다.

◐ 흑백 화면과 암울한 분위기

영화는 흑백으로 촬영되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조되며, 바람에 휩싸인 풍경과 쇠락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이 암울한 분위기는 영화 전반에 걸쳐 유지되며, 관객에게 극도의 피로감과 절망감을 체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문명과 인간 존재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 반복성과 일상의 파괴

영화는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강조한다. 첫날, 부녀는 동일한 루틴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 말이 먹이를 거부하고, 바람이 더욱 거세지며, 마을로 가는 길조차 막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빛마저 사라진다.

이러한 반복과 미세한 변화는 삶의 피폐함과 필연적인 붕괴를 암시한다. 작은 차이들이 결국 거대한 몰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조용히 보여준다.

◐ 니체 철학과 실존주의적 해석

*토리노의 말*은 철학적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제목에서부터 니체의 몰락과 연관이 있으며, 그의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과 인간 존재의 허무함이 영화의 테마와 맞닿아 있다.

영화 속 말은 인간의 생존과 문명의 기반을 상징하지만, 그것이 무너질 때 인간 역시 서서히 몰락한다.

결국, 신이 죽고 인간은 버려진 존재가 되었으며, 자연과 운명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는 사르트르, 카뮈 등의 실존주의 철학과도 연결되며, 인간 존재의 무상함과 고통을 강조한다.

 

 

4. 총평

*토리노의 말*은 쉽지 않은 영화다. 대사도 거의 없고, 극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으며, 극도로 정적인 연출이 관객에게 피로감을 준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와 미학적 요소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영화는 인간 존재의 필연적인 쇠퇴와 문명의 몰락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반복적인 일상의 붕괴를 통해 깊은 허무함을 전달한다. 또한, 벨라 타르의 독창적인 연출과 흑백 미장센, 압도적인 사운드 디자인(거센 바람 소리, 단조로운 음악)이 맞물려 강렬한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화적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감정을 끌어내거나, 분명한 기승전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존재에 대해 성찰하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철학적 사유를 즐기는 관객에게는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지만, 단순한 스토리 전개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고 철학적이다. 반복적인 일상이 점차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문명의 붕괴와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강조한다. 극적인 사건 없이도, 관객은 점진적인 몰락을 체험하며 인간 실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